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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남편의 여자동창생

by Happy Plus-ing 200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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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자동창생

 

 

 


20 몇 년만에.
남편이 어릴 적 고향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왔심더. 가끔씩 연락이 닿았던 친구가 적극적으로 주선해서 자리를 만든 모양인데 첨에는 별 흥미없이 데면데면하더만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그게 또 그런갑데예.
원캉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디기(꽤나) 신경쓰이는 모양이더라꼬예. 메~칠전부터 이발하고 출발하는 날 아침에는 동네목욕탕이 노는날이라 멀리 원정목욕꺼정 갔다오고 이것저것 챙겨입고 나가는 폼이..

괜히 내한테 쪼메 눈치보이는강
-기냥 청바지 입고가까?-
-아니 몇 십년만에 만나는 친구들인데.. 쫘악 빼입고가소 와-
-쫘악 빼입을끼 있어야제-
말은 그리해도 쫘악 빼입고 댕겨왔심더.
제비처럼 날씬하게.. 집에서야 꺼주구리해도 싸악 씻고 나가면 거짓말같이 또 멀끔해지잖수.

- 당신도 오늘 옛 친구 만나거라 와 -
맘에도 없는 말 한마디 툭 던지고는 횅 하니 사라졌심더.

- 하이고 만나라면 내가 못 만날 줄 알았제 -
누군들 학창시절 없었나.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맘에 두고 있었던 머스마 하나쯤 없는 사람 없지.
눈 따악 감고 살아 그렇지 흥.

울 서방님 인자 철들랑가 모르겠어예 !
사춘기때 한 동네 살면서 핑크빛 연정을 품었었던 단발머리 여학생이 있었나보데예.
그런데 영락없이 우리동네 육소간(정육점) 아줌마 맹쿠로 펑퍼짐하이 변한 모습에 망연자실하며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
- 니 와 이래 아줌마가 되뿌맀노 -
(세월이 얼만데.. 참 나~~~ !)
그 뒤로 줄줄이 한 명씩 등장하는 친구들 모습에 여지없이 환상은 무너지고 그리 길지도 않은 세월같은데 그새 폭삭 맛이 간(?) 친구들의 모습에 어지간히도 놀랬는갑데예.
신랑 잘 만났다 소문 자자했던 샘골 분이나 못난 서방 만나 지지리도 고생한다는 아랫말 숙이나 겉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고 그때도 맨날 얼굴 뺀지리하게 댕기던 가시나들은 째진거 깁고 낮은 거 올리고 못알아보게 뜯어고쳐 가지고서리 생판 낯설고.. 그랬대여. 

나이 먹어가는 마누라 가꾸지않는다.. 게으르다.. 핀잔줄 줄만 알았지.. 마흔이 훌쩍 넘은 것은 맨날 이자뿌고 타박이더니.
친구들 모습을 보면서 자기자신의 모습이 그제사 보였는갑대. 아이고 꼬소해라..
나도 따라갈꺼로, 가서 비교당해보게. 아닌게아니라 아침에 따라갈라캉께로 몬따라오게 하데예.
마누라가 우싸시러버 그랬능가 모리겠지만서도.

마이 배우고 왔을꺼라예

여자들이 새벽 2시까지 집에 갈 생각들을 안하더라카데예. 나는 죽었다 깨나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 아입미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집에 붙박이 마누라는 여즉 친구만난다카미 늦게 들어온 적 한 번 없고
밤 외출 허락한 기억이 한 번도 없는기라. 아이고 착한 여편네.. 솔직히 이건 착한기 아이고 등신이지예 하모.

새벽2시.
A 아줌마... 핸폰 삐리릭.. - 여보,, 여기 OOO인데 데리러 와요.
B 아줌마... 삐리릭.. - 머시기 아빠,, 지금 갈거니까.. 먼저 자. 딸칵 !
C 아저씨... 삐리릭.. -아, 여보! 내 좀 늦을끼다.. 그래 ..어쩌고..

세상 천지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 눈 앞에 버젓이..  집에 있는 그집 남자가 자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스스로 생각해봐도 불을 보듯 뻐언하거던..
끄응...
쩝 ...

참 희안타 싶었는지 좌중을 둘러보며 설교를 했는가봐예. 여자들이 그러면 안된다꼬.남자들아. 그래 눈치봐가미 우예사노 치아라고마.. 사나자슥들이..(이 무신 세상물정 모르는 망발의 말씀?#$%%^)
아이고야..
그랬디마는 가시나동창들이 벌떼같이 덤비더라안카요. 니 그라마 늙어가 너그 마누라한테 대접못받는데이..
아직도 니 겉은 남자 있나.. 아이고 간띠 붓구마는..마누라한테 지금부터라도 잘해 줘라이 어쩌구..

그 수다쟁이들이 얼마나 찧고 까불면서 욕을 정신없이 해 쌌는지 골머리가 다 아프더라카데요.
여자동창들 거 쓸만 하더만예. 아이구 내 속이 다 후련하네.
또 언제 모이능고.. 기다려지네.

200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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