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성가대에서 망신당한 일, 성가대원의 자격
아름다운 사역 - 찬양대
성가대(찬양대)는 예배를 돕는 기구입니다.
그날에 강단에서 선포될 메시지와 절기와도 맞추어야 하고, 대원들의 숫자와 음역, 팀워크 이런 모든 것들에 알맞은 선곡을 하여 최선의 찬양으로 예배를 도와야 하는 아름다운 사역입니다.
대원 한사람 한 사람의 음악적인 자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원 개개인의 신앙상태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을 울리는 깊이있는 찬양을 드리려면
나 자신이 먼저 은혜를 받아야 하고
내가 먼저 하나님이 받으실 만한 제물이 되어야 나의 온 정성을 다하여
은혜롭고 신령한 찬양으로 성도들도 은혜를 받고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께도 영광을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이 일주일동안 제각기 세상에 흩어져 살면서 각박하고 메마른 심령을 안고
제단 앞에 엎드릴 때 그들의 마음밭을 말씀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이 되게 도와줄 수 있는 귀하고 아름다운 사역이 성가대의 임무입니다.
그.러.나. 이론과는 달리
우리 성가대, 내가 맡은 성가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수박스입니다.
우선 제가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이고, 성가대원들도 성악을 전공한 이는 없고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분들이 자원하여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체로 쉬운 곡으로 선정하여 연습하지만 실수 없이 지나가는 주일이 드물 정도로 아주 실수의 내용도 다양하지요.
지휘자가 공석이 되면서 잠깐 맡은 것이 벌써 햇수로 3년이 되는데 좀체로 저의 실력도 대원들도 나아지지가 않아요.
찬양에 돌입하기 전에 제가 꼭 강조하는 말 있습니다.
찬송가 가사에 푹 빠져라
그 찬양에 본인이 먼저 은혜를 받아라
내가 은혜받으면 성도들의 마음도 움직인다.
(이것은 설교자에게도 해당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찬양은 곡조 있는 기도문이므로
간절하게 내 마음을 주님께 전달하려고 애쓰고
혼신을 다하여 그분께 영광을 돌리며 불러라.
그리하면 우리의 능력이 십배나 발휘될 것이다.(맞나요?)
그리고 우리 성가대는 인원이 이렇게 적으면서도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소화해 내니 훌륭한 성가대라는 걸 날마다 강조합니다.
최면을 걸지요. 칭찬은 고래도? 가 아니라 나 자신부터 춤을 추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일은 완전 죽을 쑤었습니다.
맨날 실수연발이지만 오늘은 좀 도가 지나쳤습니다.
왕짜증!!
아마도 연습부족에다 프로의식도 좀 부족한 가 봅니다.
살짝살짝 틀리는 거야 매 주일 다반사로 서로 돌아가며 저지르는 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만
그저께는 반주자와 내가 거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따로국밥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악보가 반주자에게 너무 어려웠다고 그러더군요.
전주를 시작하면서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악보만 뚫어져라 보면서 반주를 하는데
그게 왠지 눈에 거슬리고 불안조마초조해서 잠깐 생각하느라고
나마저 타이밍을 놓쳐버린 거라
곡도 돌림곡이었는 데다가 엇박자에다가 하이소프라노에다가...
하여간 갖출 것은 다 갖춘 곡이었지요.(누가 작곡했는지 차암..)
중간에 간주를 하고서 내 싸인에 맞춰 다시 들어가야 할 부분이 되었는데
반주자는 계속 나를 보지 않고 혼자서 둥당 둥당 일사천리로 가고.
여성파트는 반주자와 싸인이 안 맞자 당황해하는 나를 쳐다보느라고
자기 파트를 완전히 놓쳐 지금 피아노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남성파트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즈이들끼리 계속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순간 머릿속에 하얗게 거품이 일면서 얼굴은 노리 탱탱해지면서..
오죽하면 내가 손으로 스톱사인을 보내고 또 보내도 안되어
목소리로 그만!!이라 외쳤겠습니까?
그리고는
- 처음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했으니
내 얼굴색이 아마도 노랬다가 빨갰다가 보라색으로 변화무쌍하게 변했을 걸...
하지만
내가 누구입니까?
처음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해놓고서 진짜 처음부터 다시 불러서 무난히 그런대로 마쳤습니다.
그렇지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
실수는 하였어도 이미 우리 주님 다 챙겨 알아들으셨을 텐데 ㅎㅎ
거기서 딱 끝이 났어야지요. 그래야 되는데.. 점심시간에 거시기 누가..
"성가대 오늘 그기 뭐꼬??"
하는 지적에 그만 발끈해서....
(속으로 ~~~~~~~~)
거룩한 주일을 하루종일 기분 망쳤습니다.
"잘하면 지가 하든지"
'20031003'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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