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재개발, 재건축은 추억까지 엎어버리네

by Happy Plus-ing 2021. 10. 28.
728x90

재개발, 재건축은 추억까지 엎어버리네

 

90이 낼모레인 친정아버지가 약간 치매끼가 있는 듯 심상치가 않다. 고물상 주인하고 사귀는지 요즘 들어 출근하다시피 자전거에 고물을 싣고 위태위태하게 다니시는데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듣지를 않으신다. 저러다 애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어떨 때는 내 차로 실어서 고물상에 함께 가고도 싶다. 거기 사장님이 무조건 2천원을 준다는데 그냥 아버지 상태를 봐서 용돈 겸 주나? 싶을 정도이다.

작년부터 뭔가를 계속 갖다버리기 시작한 습관이 이젠 마당에 그 많던 꽃과 나무를 베어버리고 화분을 엎어버리고 거기다 60년 동거동락했던 엄마의 일제 재봉틀을 고물상에 갖다 주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엄마는 재봉틀을 사수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 중간에서 보는 나는 속이 상해죽겠다.

심지어 몇 해전 비싼 돈 치르고 큰 집에서 만들어 준 족보까지 파지로 묶어 이미 사라지고 없단다. 거기 엄마의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의 존함과 그 집 셋째딸 아무개가 이 가문에 시집오면서 등재되어 있는 기록도 있었는데 파지로 묶어서 나갔다니 다시 찾을 방법도 없고 동생들 앨범도 상장도 사진도 몽땅 파지로 팔아버려 우리들이 교대로 공부하며 객지로 나갔던 방이 휑하니 빈방이 되어 있다. 진작 모두들 각자의 추억들을 챙겨서 가지... 천년 만년 이 집이 그냥 있을 줄 알았지 오늘날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집을 비울 일이 생길 줄 알았냐는 말이지.

 


▧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은 어떻게 다른가요?


* 재개발사업은 도시내 노후・불량 단독주택 밀집지역 등을 「도시재개발법」에 의거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역내 주민이 조합을 설립하여 도로 등 공공시설을 정비하며 주택을 정비・건설하는 공공사업을 말한다. 도심재개발 ・공장재개발・주택재개발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도심재개발사업은 상업지역이나 주간선도로변 등을 대상으로 업무용 건축물을 정비하는 재개발사업을 말한다. 공장재개발사업은 노후・불량공장이 있는 공업지역을 대상으로 공장건축물을 정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주택재개발사업은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노후・불량주택을 정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 재건축사업은 노후・불량주택(단독 ˙ 공동주택)을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철거하고, 그 철거한 대지 위에 새로운 G96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기존주택의 소유자가 자율적으로 조합을 결성해 시공권이 있는 등록업자와 공동사업주체가 되어 주택을 건설하는 민간사업이다. [daum백과]



그럼 친정 동네는 흔히 말하는 재건축사업이 시작된거네.
조합이 어떻게 결성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서류를 든 아저씨들이 골목골목 다니면서 좋은 가격을 쳐드리겠으니 당신들하고 계약을 체결하자고 독려하고 동네 주민들은 쉽게 동의하지 말고 땅값을 올릴만큼 올려서 팔아야 한다고 하고 날마다 시끌시끌하다.
어쨋거나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옛 집, 물도 시원찮게 나오고 위풍이 새어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집에서 우리 엄마 너무나 고생이 많으셨다. 그 험한 세월을 그 날이 그날이지 순응하고 살았던 정든 집이라 불편함도 감수했던 시간들을 이제사 청산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다행스럽다. 진작 어떻게든 해 드리고 싶어도 당신들이 그냥 이 집에서 죽겠노라 입버릇처럼 말하는 바람에 그냥 방치?했던 죄가 많다. 맏딸 장녀인데 ~~~

조합에서 집들을 사들이고 다 내보내고 새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보상금으로 아파트를 들어갈 엄두가 날까? 안될거야 동생들도 모두 외지에 살고 있고.... 투자 면에서는 잘된 일인 것도 같고 부수적으로 떠오르는 일들은 잠시 접어둘까 한다. 솔직히 나는 그런 면에 어둡고 서툴고 잘 모른다. 동생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협상이 어떻고 평당 가격이 어떻고 머리아프고 내 수중에 들어올 돈도 아니고 뭐 나는 모르겠다.
막내 동생이 우겨서 자기네 아파트 건너편에 임시 아파트를 마련하여 이사를 시켜드리면서 본인이 외로워서 엄마와 가까이서 살고 싶다고 하니 그것 또한 잘되었다.



뒷모습


이삿짐센타를 계약해서 기다리는 중인데도
휘청휘청하는 몸으로 계속 묶어서
골목밖으로 운반하시는 중!
아무리 말려도 안돼.

손자가 할머니 할아버지 옛집 떠나기 전에
두 분 촬영하는 중!


벌써 명도완료 철거예정이라고 붙은 집

40년 동안 출입했던 문


대문 위/ 엄마의 소일거리 고추 상추밭 ㅋ

 

손자 손녀들 키 재던 안방


15년 전에 우리가 살던 교회와 집도 재개발로 허물어졌다. 물론 보상을 받아서 잘 살고 있지만 꼭 쓸 것만 가지고 나오고 그냥 두니 이사하기는 쉬웠지만 집 비운지 며칠 만에 쇠, 철 등 돈 될만한 것들 대문까지 뜯어가는 아저씨들 때문에 금방 폐허가 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아이들은 그때 그 시절 그때 그 형아들이 그립고 잊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가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꿈 속에 나타나는 그 집은 항상 포근하다.


엄마의 최애 수국

 

이삿짐 속에 함께 공간이동한 수국


옮기는 집이 좁다보니 화분은 수국 하나만 달랑 차에 실어주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환경이든
뭐든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거니까
그래도 영원히 묻혀지는 것들은
좀 안타깝네.

이사한 지 보름 지나서 우편물 가지러 갔더니 화단이 이 모양이 되어있음


가끔 비가 왔음에도
라일락 백합 깻잎 호박 두루두루 다 까무라쳐 있다.
뒷 편에 무화과나무, 대추나무들은 이미 아버지가 잘라냈고
남은 아이들마저 이젠 안녕이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내려다보고 계심.
마음이 좀 짠~~~
동네 할매 할배들하고 생이별하고
동네 마실도 못가고
닭장 같은 곳에 갇혀서

아래 위 쳐다보면서
들어가 들어가 서로
손만 흔들었어.

"자주 올께요 엄마~~~"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