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도 감사한 하루/코로나19 바이러스 일기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1일차, 웰컴투코리아

by Happy Plus-ing 2020. 9. 3.
728x90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1일차, 웰컴투코리아

 

3년 만에 아들이 휴가차 귀국했습니다. 지난 8월 중순 독일에서 확진자 800명을 찍은 날 셧 다운되었답니다.  다니던 직장 내에 여러 명이 감염되어 확진자가 속출했고 독일 정부에서 직장 폐쇄 조치가 내려진 후 아들도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 판정받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요.  직장 폐쇄가 길어질 분위기이고 언제 업무가 개시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다행히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면서 고국에 다녀오라고 했다니 감사하지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COVID19)와 싸우느라 기진맥진해 있는 가운데 한 다리가 천리라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다 졸지에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9월 2일 오후 3시 베를린 공항 출발해서 중간 기착지인 카타르 공항에서 2시간 환승한 후 인천공항은 9월 3일 오후 4시 도착했습니다.  아들이 온다니 그것도 3년 만에 얼굴을 본다니 좋아해야 할 일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본인도 자가 격리하려면 답답하겠지만 14일 동안 가족들이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까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며칠 전부터 우리 집은 갑자기 비상이 걸렸어요.

 

 

 

 


아빠가 쓰던 뒷채 서재를 비워주느라 짐 몇 가지 옮기고 대청소하고 출입문에 비닐 치고  보름 동안 밖에 못 나오게 해야 한다고요. 확진자도 아닌데 너무 별나게 단속한다 싶은데 또 막상 일 터지면 그때부터 벌어질 일이 장난이 아님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봅니다.  하필 어제 확진자 중 한 사람이 입국하는 기내에서 딱 한번 마스크를 벗었는데 확진받았다고 해서 엄청 쫄고 있어요.

 

 

 

 

 

 

1. 입국 첫 날밤 / 웰컴 투 코리아

베를린은 항공 컨베이어가 한 개밖에 없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받으려고 하니 컨베이어가 몇 개나 되는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국제공항의 위엄이 느껴지더라고 하고 신속하고 친절한 공항서비스에 행정력 또한 최고!!! 라며 엄지 척하는군요.  참, 공항검역소에서 우연히 검역관으로 근무하는 친구도 만났대요. 그 넓은 데서 만날 사람은 어찌 됐던 만나게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까지!!!

 

공항 도착하고서 집주소 확인하고 검역관이 도착지 가족 부모님에게 확인 전화가 왔는데 간단히 주소와 부모 이름 확인하고 끊었어요.  머물 집이 없으면 무조건 안심숙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14일 동안의 비용은 모두 개인 부담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마 1백만원 이상이 든다고 하는데 처음 발병했을 때 외국인도 공짜 뭐도 공짜.... 라고 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공항에서 자가용으로 픽업하는 방법이 제일 쉬운 듯 보이고 차선책은 입국자 전용 공항버스로 광명역까지 광명역에서 KTX 입국자 전용칸,  도착지에서 특별 택시 이렇게 이동이 됩니다.

광명역에서 KTX 기다리는데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 [마이삭] 때문에 마산 쪽 고향인 사람들은 다시 안심숙소(광명에서 제공한다고 들음)로 돌아가고 우리 아들은 대구인지라 간신히 승차했다는 소식에 안도했고요.  해외 입국자가 그렇게 많은지 광명역에서 출발한 기차 객실에 승객이 꽉 차게 앉아 왔기 때문에 거기서 좀 찝찝하더라고 하네요.  동대구역 9시 도착. 오랜만에 번쩍번쩍 으리으리 네온 천국 홍콩의 밤거리~~~ 노래가 나올 만큼 밝고 환한 도시조명에 코로나19의 비극은 잠깐 잊을만큼 화려했다고... 유럽은 저녁 장사가 늦어도 9시 전에는 다 셔터 내린대요.  동대구역에서 집으로는 별도의 벤을 타고 집 앞까지 왔어요.

 

현관에서 밖을 보며 기다리는데 집 앞에 새까만 벤이 하나 서더니 비상등 깜빡이고 옆문에서 덩치 큰 남자가 하나 내리는데 가슴이 벌렁거리고 정말 심쿵했어요.  뒤쪽에서 늙은 우리 서방님이 빨리 들어오라고 마주치지 말라고 무슨 세균맨이 오는 것도 아니고 별라시럽기는~~~ 아이가 우리가 며칠 동안 만들어놓은 격리실 서재로 가서 샤워하고 빨래 뭉치를 한 비닐봉지 묶어내는 동안 늦은 저녁상 차리고 비닐 장막을 사이에 두고 희미하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어요. 얼굴도 가까이 못보고 손도 못잡아보고 ㅠ

저녁은 등갈비찜 배달시켜 3분의 1은 우리 3명이 먹고 나머지 3분의 2는 혼자 먹는데 밥 2 공기에 김치에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옛 어른들이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거랑 제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씀이 가슴에 팍팍 와 닿는 명언이었음을 느껴보는 밤이었습니다.

 

 

 

정수기, 냉장고, 에어 프라이어, 전자레인지, 침대, 책상, 컴퓨터, 노트북, 와이파이 팡팡 터지는데 이 정도면 5성급 호텔이지 뭐 ~~  냉장고에 밑반찬 종류별로 챙겨 넣어줬어요. 이제 누나가 퇴근할 때마다 간식 사다 나를 테고... 그러고 보니 사람 사는 일이 잠자는 것과 입으로 들어가는 일 빼면 별로 할 일도 없네요.

보건소에서 위생키트 셋트로 주는데 폐기물 봉투까지요.. 누나가 미리 준비 다 해뒀는데.... 이렇게 다 준비를 해 놓은 상태면 지원금으로 준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밑반찬으로 냉장고 채워놓기

 

 

2.  자가격리 첫째 날ㅡ드디어 시작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일 오전에 보건소 방문해서 코로나검사를 받고 지시사항 등 듣고 물품을 받아와야 한답니다. 벌써 독일에서 두 번이나 받았는데 콧구멍으로 얼마나 마구 찔러넣는지 코피까지 난 경험이 있다며 겁먹고 있네요.  보건소까지 대중교통 이용하면 안된다고 자가용 있냐 없냐 묻는데 오늘 귀국했는데 웬 자가용이 있을 턱이 있나요?  없다고 했더니 젊은 아가씨가 3번이나 차가 없다는데 안 믿는 눈치였고 친구 차라도 없냐고?? 없으면 보건소에서 119구급차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동네방네 여기 코로나환자 있소~~하고 광고할 일도 아니고 아빠 차에 보험을 추가로 들었어요.  

 

먹었던 모든 쓰레기들은 따로 분리수거를 해야 하며 매일 열 체크... 보건소에서 전화가 수시로 오는데 오늘 낮에 자느라고 못받았더니 아빠에게 확인전화 왔더랍니다.  격리자의 모든 빨랫감은 가족들과 별개로 세탁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세탁기를 교체하고 낡은 세탁기를 바깥 처마 밑에 두고  재활용센터에 전화를 한다는 것이 게을러서 그냥 둔 게 지금 유용하게 쓰게 되었어요.  음식 먹은 설거지거리가 가장 고민인데 일단 주방 말고 마당 수돗가에서 초벌 설거지를 하고 뜨거운 물에 중탕해도 되는 그릇에 음식을 담았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일회용 수저와 그릇으로 식사하고 버리면 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새로 만든 반찬이랑 컵 라면 1개 문 앞에 두고 카톡으로 문 앞에 밥상 가지고 들어가서 밥 먹어... 하고 출근했습니다.  한참 후에 엄마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라고 문자가 왔어요. 이렇게라도 곁에 두고 있으니 행복하네 엄마는~~~ 라고 답장했습니다.

 

동네사람들도 모르게 쥐도새도 모르게 조용히 아들이 집에 왔어요.  그런데 동네사람들은 모르지만 국가에서 알고 관리가 시작되었네요.  이 동네에 확진자가 있다더라... 라는 소문이 돌까봐 걱정이 되는 하루입니다.  혹시 말이 꼬리를 달고 온 천지 돌아다닐까봐서요. 말이라는 것이 누가 시집간단다... 하면 한바퀴 돌아 그 집 딸이 얼라(애기) 낳았단다 라고 바뀐대잖아요.

 

여러분들도 마스크, 손 소독, 손 씻기 열심히 하세요!!!

# 자가격리 기록 마지막 날까지 다 올려드리겠습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