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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지킬 수 없는 약속

by Happy Plus-ing 2001.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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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없는 약속

 

 

 

 

 

그는 참 참한 청년이었습니다.
어느 어머니가 자기 자식 귀하지 않겠습니까마는
큰 아들은 듬직해서 좋고 둘째 아들이었던 그는 곰살맞고 다정다감하여
여느 집 딸내미 열이 안부러울만치 고명딸 노릇까지 하던 이쁜 아들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단련된 그는 한 마디로, 의리의 경상도 사나이였으며
매사에 적극적이었고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쳐 넘어가는 법이 없을만큼 정의롭고
마음씨 또한 따뜻한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참 바지런도 하여 군대에 가서까지 각종 자격증도 몇 개나 갖추고 돌아온
참 걸출한 총각이었습니다.
남의 집 아들일망정 고것 참 탐나는 아들이었지요.
그집 아들이 제대하고서 가을학기에 복학하기전에 친구 몇몇과 야영을 갔더랬습니다.

가게를 하시는 바쁜 어머니께 한 사나흘 친구들과 놀러 가는게 너무 죄송해서 뒷통수 긁적이다
어머니 등뒤에서 한 번 세게 끌어안아드리고는
[어머니, 다녀와서 더 많이 도와드릴께요]하곤 씨익 사람좋은 웃음 흘리고는
제대한 지 얼마 안된 터라 몸에 밴 거수경례를 갖다부치고는 휴가를 떠났더랬습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두 명이 멱을 감다가 허우적대는 것을 발견한 그의 친구가 먼저 뛰어들었으며
그가 뒤이어 들어갔을 때 소용돌이치는 물쌀에 이미 지쳐있었던 두 꼬마와 그의 친구를 떠밀어 올리고는
자신은 힘에 부쳐 그만 아까운 생목숨 하나 이 세상을 접었습니다.
친구가 사력을 다해서 잡아 올리려고 했으나 짧은 스포츠 머리라 잡아지지도 않았을뿐더러

무엇보다 본인이 계속 손을 저어 흔들면서 친구를 끝까지 떠밀어올리고는 이미 늦었다 싶은 자신은
포기하더랍니다.

살아남은 친구는 평생 그 짐을 어떻게 벗겠습니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약속을 지킬수 없게 된 아들을 그 어머니는 또 어떻게 용서하며 살겠습니까?
에미에게 있어 정의롭고 의롭게 죽은 아들의 칭찬이 뭐 그리 위로가 되겠습니까?
좀 모자라도 곁에 두고싶은게 에미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듣고 보아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의 아들의 착한일이 그 어미에게는 평생의 한이 되어버리는 것을
누가 알아줍답니까?
왜 그리 아깝다 싶은 사람 허망하게 데려가시는지 그 분에게 또 물어보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2001年 7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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