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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불효일기

by Happy Plus-ing 200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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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일기


옛말에 시어머니 시집살이는 갈수록 쉬워지고
지아비 시집살이는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정답입니다. 당신은 얼마나 지혜로우신지 첫 대면부터 며느리될 손 꼭 잡으시고 내 딸같다 하시더니 20년 가까운 세월 내내 아직도 누굴 만나시든 며느리라 하시잖고 딸이라 하시며 제 이름 불러주시는 당신은 천상 어머니이십니다. 시집가면 여자야 어디 제 이름 석자 불릴 때가 있나요.  기껏 누구엄마, 아무개댁이지.
칠순이 되시도록 딸노릇, 며느리노릇 제대로 한번 못해 드려도 늘 편하고 고맙게 여기시는 탓에
오히려 소홀했던 점 있었을텐데요. 돌이켜보면 정말 죄송한 점이 많으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부족한 저희들을 위해 늘 기도해주시고 염려해주시는 든든한 빽으로서 곁에 계셔주세요. 힘들 때 언제라도 어머니~~~하고 부르면 달려갈 수 있게요. 사랑합니다. 어머님.
언젠가 저도 남의집 귀한 아이의 시에미가 되겠지요.
더도 덜도 말고 꼭 당신처럼 그렇게 사랑하겠습니다.
오래 오래 무강하십시오. ---------------

 

내일 아침에 칠순 어머님이 새끼들 걷어멕일려고 갈아놓은 배추 밭에 배추 뽑으려 가야 됩니다.

한평생 몸을 도구삼아 아끼지 않고 온 들판을 마당삼아 일하느라 끼니도 못 챙겼을 우리 어머니.

인제 좀 그만하시고 편히 계시면 좋을텐데 노는 땅이 아깝고 죽으면 썩을 몸 아껴 뭣하리...

아무리 말려도 올해로서 이젠 끝이다.... 하셔 놓고는 해바뀌면 또 이것 저것 몸에 밴 농사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긴긴 해에 이거라도 해야 건강을 유지하신다는데 말려도 안되는 걸.
아픈 다리 끌며 오르락 내리락했을 어머니가 못내 안타까워 올해 배추값이 싸다는데 기름값이 더 들겠다며
어머님의 귀한 아들은 투정아닌 투정으로 걱정을 표합디다마는 30포기만 하면 겨울날 수 있는데
80포기나 갖고 가라고 전화하셨는데 어찌되었든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누구네와 나눠먹을지 머리굴리고 있습니다.

저녁먹고 난 지금 창 밖을 보니 가뭄 끝에 단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는데 공연히 걱정입니다.
배추가 얼까봐서요. 농부님들은 정말 대단하신 거 같습니다.
오늘 이 밤. 어머님의 마음이 배추 밭에 다 가 있을 것을 생각하니 불효일기에 또 하나 보탠 하루입니다.
만사 제치고 오늘 낮에 갈 것을.....

2001/11/28 일기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에베소서 6장 1-3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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