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염색할 때

by Happy Plus-ing 2002. 1. 11.
728x90

 

 

 

염색할 때

 

족집게로 뽑아주까?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 또한 희어지게 되는 것 당연지사요 하얗게 센 머리 또한 살아온 경륜과 저력의 면류관인 것을
우짜자고 초토화를 못해서 난리를 쳐야 만 하는지...

텔레비젼 대담 프로에 나오는 여성지도자들이나 우먼파워의 대표 인사들을 보면 하얗게 센 머리를
굽실굽실 웨이브지게 말아 품위있고 교양있게 마이크 앞에 잘도 떳떳하더라마는
지지리 복도 없는 이년은 동갑내기 신랑하고 사는 죄로 결혼 초에 감기약 사러 둘이 나란히 들른 약국에서
쥔이 암 생각도 없이 던진 말 한마디!
[누나세요??]
[ㄲ ㅑ ㄲ ㅑ ㄱ ~~~~ ! ]

그날 이후로 15년 동안을 늙은 처자 하나 구제해줬다는 말로 대체해서 써 먹어대는 바람에 사실상 안(?) 못(?) 늙을려고
초긴장 상태로 살았다면 누가 동정이라도 해 줄까.. 친정 집안 내력에 흰머리 조상이 없긴 해도 그렇다고 방심할 순 없다.
애들이 어릴 때 가족끼리 어디 외출이라도 할 때면 아이들에게 신신당부 하는 말
[야들아.. 밖에서는 나를 아부지라 하지 말고 꼭 삼촌 삼촌 하거라.. 알겄나 !] -- 눈에 힘을 주면서 --
마누라 안 보는데서야 얼마나 총각행세를 했겠는가.


그러던 사람인데...요새 내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일이 생겼다
따로 돌아앉아 고사를 지낸것도 아닌데 얼굴은 뺀들뺀들한 사람이 지난 일년 새에 머리가 거의 반백이 되어 버렸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내 눈앞에 들이닥쳤다는 것 아닌가!
하이고 드러내놓고 좋아하지는 못하고
[에헤이.. 당신도 인자 별수 없네 그랴..] 하면서 쪼메 안되었다는 표정도 지어주고 [뽑아주까?] 도 했지만 깊고 깊은 속내는 감추어 두었다.
너무 좋아 까불다가 뒷 발질에 채이면 나만 손해지..
낮에 시장 나간 김에 브라운계열로 염색약 하나를 샀는데 내 머리 노랗게 물들이는 것보다 센 머리 염색약이 더 비싼 줄도 오늘 처음 알았다.
할매들 쓰는 양귀비로 살까 하다가 염색하는 것도 서러운데 요런 돈은 팍팍 써 주자 싶어 최고급으로 사서는 보자기를 둘러 씌워놓고 100원짜리 실빗으로 곱게 빗어 넘겨가면서 야무지게 색칠해 주었다.
속으로는 룰루랄라 하면서리...
오냐. 니 늙거든 함 보자 한 게 엊그제 같더만 벌써 등 돌려 앉혀놓고 염색약 발라주어야 하다니 다 살았네...

미워할 때가 그래도 좋았던가..이상하게 서글프대..
가만히 머리 디밀고 있는 그 맴이야 오죽했으랴~~
아마도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다 살았네 다 살았어.

728x90

'오늘도 감사한 하루 > 오늘보다 나은 내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탕수육  (2) 2002.01.24
컬투쇼로 보낼 뻔한 황당한 이야기 1,2  (0) 2002.01.16
맏이가 된 책임  (0) 2001.12.26
김치찌개 끓이는 법^^  (2) 2001.12.18
불효일기  (3) 2001.11.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