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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컬투쇼로 보낼 뻔한 황당한 이야기 1,2

by Happy Plus-ing 200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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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로 보낼 뻔한 황당한 이야기 1,2

 

황당일지 1

10분만 먼저 설치면 되는데 또 늦었다.
허둥지둥 가방을 둘러메고 눈이 빠지게 신호등이 바뀌기만 보고 섰는데 이게 왠 횡재냐
건너편 대각선쪽 정류소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떡허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배차시간 간격이 드문 노선이라 얼마나 반갑든지 이제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출발하지만 않는다면 대한민국 아줌마 가는 버스 가로막고서라도 탈 수 있는 거리이다. 신호가 바뀌기만을 요~~~이땅! 하는 자세로 기다렸다가 파란색으로 바뀌자마자 버스를 향해 전력 질주하였다. 인도로 올라가 달리면 기사아저씨가 나를 보지 못한 채 내 빼버릴까봐 그냥 버스 정면을 향해 차도 위에서 냅다 뛰었잖아.

뛰는 순간에도 곧 출발할 것만 같아서 손까지 흔들며 올라탔는데 얌전히 기다려주는 기사 아저씨가 얼마나 고맙든지 썡..씩씩대며 올라타면서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헥헥 @@

돈 천원주고 거스름돈 300원을 돌려받고 하차 문쪽으로 가쁜 숨 고르면서 시침 뚝 따고서 흐뭇해하는데 버스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내 얼굴 밑에 앉은 대머리 아저씨에게
- 아저씨.. 이 차 왜 안가능교?
- 고장났는갑네예.. 뒷 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예!
- 뭣이라??? (181818181818)

이럴 때 정말 세상 싫어지더라..
젊은 여자가 치마를 휘날리면서 가르마 훤하게 보여가면서 전력질주해 올 때 무슨 생각으로 나를 차에 태웠을까.
버스에 올라타면서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기뻐할 때 머쓱해서라도 고장났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걸 어쩜 그렇게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 꾹 다물고 바깥만 쳐다보고들 앉았는지..

다른 일도 매사가 저럴테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지..
에구.. 착한 내가 참아야지.

 

 

 

=조급증 테스트=


황당일지 2

오늘따라 택시도 안잡힌다.
합승거부
발만 동동 구르다 한 대 잡고서 몸을 구겨넣어 앉으면서 나도 모르게 하는 말

- 비싼 택신가?

검정세단 부드럽게 닫히는 문
푹신하고 안락한 좌석
기사가 백미러로 흘낏 본다.

- 이거 비싼 택시 맞심더
- 예?  아 예~~~
예? 라고 해놓고 그 다음 이을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차량 자체가 비싼 차라는 말인지, 요금이 비싸다는 말인지 감잡을 수가 없다.

내가 - 비싼 택시네.. - 했던 이유가 있다.
80년대초에 처음 서울갔을 때였는데 내가 얼마나 촌년이었던지 서울역에서 수유리인가를 갈려고 택시를 탔는데
서울역 앞에 상주하는 그야말로 으리번쩍한 콜택시를 모르고 탄 거였다.
그때 일반택시 기본요금이 600원이었던가.. 그랬었는데 아마도 그 택시는 일반 기본요금의 3배는 되는 것 같았다.
쓕쓕 올라가는 요금미터기만 쳐다보고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냥 목적지 삼분의 일 정도까지 밖에 못갔는데 내렸다.
돈이 없어서...


그때의 씁쓰레한 기억에 젖어 가만히 입 다물고 앉았는데
 - 잠까지 자 주면 그냥도 태워줍니다.

 

지축을 흔드는 소리.
이런 황당한 일이 이런 미친 놈이 감히...그걸 농담이라고 씨부리쌌는가
아니면 이게 말로만 듣던 인신매매단인가 암만 눈깔이 삐었어도 이 할매한테 수작을 부려~~??

백미러로 눈이 마주쳤는데 웃자고 한 농담이었으면 이어지는 질펀한 2차가 있어야하는데 갸냘픈 실눈을 뜨고 쳐다보는데 온 몸에 닭살같은 소름이 돋아난다. 내 대꾸 한마디에 초상날 일이 눈앞에 왔다갔다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님이 아니면 보지를 말아야지. 무시하고..
.... 에고 저런 놈은 임자를 제대로 만나야하는디..(1818181818)

가슴만 벌렁거리고 대꾸해줄 기발한 말은 생각나지 않고 내가 아는 어떤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까딱 잘못했다간 참말로 우째 생목숨 부지하기 어렵겠다 싶기도 하고

아이고 이런 억울할데가.. 암만 생각해도 그 놈 참 미친놈일세..
번호라도 외워둘낀데.. 무서워 택시 타겠냐.

집에 와서 그 얘기 하지도 못했다. 당신이 얼마나 쉽게 보였길래..할까봐.
아니면 니는 거울도 안보나.. 할까봐.



예전에... 나 살던 동네에 1990년대 초에 교회 자매 하나가 야밤에 택시타고 귀가하던 중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며칠 후에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주변인물들이 수사대상으로 지목이 되었는데요. 피해자의 수첩에 적혀있었던 친구들 친척들 교회식구들 거의 모두 경찰들을 만나 알리바이를 대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그 자매의 과거행적이 낱낱이 드러나는 걸 보았습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요.
그런 마지막이 되지않기를,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마지막 가는 자리는 충분히 아름답기를 모두가 슬퍼하며 아쉬워하는 자리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세상 참 아무렇게나 생각없이 살 일이 아닙니다.
누가 그러던데 살얼음을 딛듯 조심조심 살아야 할 인생이라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맘 가는대로 살고 싶을 때 많지요.  그러나 다 할 수 없는게 인생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묵은수첩이라도 정리해야했습니다.ㅎㅎ
더불어 오래되어 기억저편에 가려있는 얼굴들, 자칫 한마디 말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던 관계들
낙엽쓸 듯 모두 일으켜 세워 차렷! 열중 쉬어! 차렷! 이라도 시켜 관계정렬을 다시 해보며 나의 가을을 정리합니다.

11월의 첫날입니다.
모두가 저무는 10월을 아쉬워할 때에 우울한 나까지 계절 앞에 마음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새로 열리는 11월을 찬양합니다.

좋은 일만 생길것입니다. 기대하십시오. 화이팅!!

2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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