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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by Happy Plus-ing 200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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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아들 넘 왈(曰)
아부지아부지 우리 학교에서요
우리 엄마가 제일루 예뻐요 ~~
다른 애들 엄마는요.
(두 팔로 항아리를 만들며)
뚱·뚱·해요.

예쁜 딸 왈(曰)
아빠아빠 엄마가 우리 학교에 오면요
다른 학교 선생님인 줄 알아요 애들이~~

그들의 아부지와 아빠 왈(曰)
(쳐다보지도 않고서 시큰둥하게)
나도 초등학교 다닐 때 꺼정
너그 할매가 미스코~ 리안줄 알았다 아이가.
 ^^

위의 얘기는 불과 1년 반 전의 저희 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제 밤을 기점으로 아들이 제 곁에서 분가를 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엄마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났다는 것인지 아니면 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것인지...참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론 대견스럽습니다.
친구의 아이는 워낙 똑똑하고 지 앞가림을 잘 하는 아이라 그 부모의 눈으로 우리 아이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 가끔씩 들때도 있었지만...뭐.. 다들 생긴대로 타고난 대로 사는거지..라며 위안을 삼곤 했어요.
왜냐면 이놈이 워낙 공부를 (죽~~~~~~어라고) 안하는 아이이거든요.
그렇다고 엄마아빠가 따라다니면서 공부공부하면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편도 아니어서..
더 공부에 취미가 붙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엔 99.9% 제 잘못이 큽니다.

그런데 곧 죽어도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남들 앞에서 성적얘기한 날은 곧바로 죽음입니다. ㅋㅋㅋ
저희도 그냥 할 때 되면 하겠지..뭐든 지가 하고 싶을 때, 본인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그때가서 해도 충분하다는 나름대로는 확고한(?) 지론 때문에 아이를 닦달하진 않습니다.
아참, 큰 아이는 아니군요. 지금도 닦달을 하고 나오는 길이네요. 호호호.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나오던 날..아이구 우리 아들 이제 학교에서 오라고 초대장이 왔네... 하고 돌아보니 아이가 없어졌어요. 가만보니 피아노밑에 기어들어가서 다리뒤에 숨어 있잖아요. 누나랑 다섯살이나 터울이 져서 그리 힘들게 키우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러던 애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구요. 무엇보다 축구에 미쳐서 요즘 우리 팀뿐 아니라 외국선수들까지 줄줄이 꿰고 앉아서 전력을 분석하고 기록하고 나름대로 꼼꼼이 스크랩하면서 아빠랑 주고받는 대화를 옆에서 들어보면 꼭 다 큰 어른같고 참 신기합니다. 남자아이는 아무래도 여자아이랑 크는 모습이 많이도 틀립디다.
오늘은 제 아들놈 이야기가 되어서 그런지 조금 횡설수설 헤매고 있습니다. ㅎㅎ
자랑할려고 서론이 긴 듯 하지요?.. 아니요. 힘들었을 때가 생각이 나서요.

아들을 가졌을 때 조산의 위험으로 한동안 고생했었습니다. 멀쩡하게 점심 먹고 동네에서 놀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다섯살짜리 딸애가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던 날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울 신랑 불같은 성격에 아이가 없어졌다 하면 곧바로 나는 친정 행이었을, 이 남자 혈기왕성했던... 지금부터 12년전의 일 아니겠습니까?
아이가 어찌되었으리라는 생각보다는,(솔직히 그때는 요즘처럼 아이를 유괴하고.. 이런 일들은 별로 없었어요)
성격한번 화끈하게 급한 신랑한테 디지게 혼날 일에 앞이 캄캄하여 남산만한 배를 부등켜안고 온 동네를 뛰어다녔던 그날 밤. 동사무소에 엠프는 마침 고장이 났다며 방송도 안되고 파출소에 신고하고 돌아오는데 다리는 맥이 풀리고 배는 살살 아파오고,..
결국 아이는 찾았지요 당연히..동네 아줌마가 이쁘다고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핀도 사주고 돈까스도 사 먹이고 그랬대요.
자정쯤 찾아온 예정된 통증에 깊이 잠든 신랑 흔들어 깨워 병원을 가지 않았겠습니까?
그 다음날 입원하고 일주일동안 상체보다 높게 하체를 들어올려 남들보다 일찍 세상구경을 하겠다는 아이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거친 후 우여곡절끝에 태어난 아이는 조금만 울면 새파랗게 질려 넘어가는 이상증세를 보였습니다. 100일이 훨씬 지나고 병원에 가서 검사했는데 탈장이라고 하면서..수술을 받아야 하고 그리 어려운 수술은 아니라고...마취가 되어 수술실로 들어가는 갓난쟁이를 두고 병원복도에 앉아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위험하지 않다고 분명히 그랬는데도 에미마음은.. 그런 거랑은 전혀 상관이 없었지요..

그래서였는지 제가 참 많이도 감싸안고 키웠습니다. 큰 애에게서 아들만 편애한다는 오해도 받아가면서..아들이라 그랬던 것은 진짜로 아니었고 단지 불안해서.. 누나랑 성격이 바뀌었음 좋겠다 싶을 정도로 주방바닥에 앉아 마늘도 잘 까주고 빻아주고..성경에 나오는 야곱처럼 꼭 그러했습니다. 박야곱...ㅋㅋ애들 아부지는 마마보이로 키운다고 역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만.

내 눈에 잠시도 안보이면 내가 불안하고 아이 눈에 엄마가 잠시도 안보이면 금새 불안초조공포의 눈망울로 변하던 날들..

뱃 속에서 많이 놀랬던게 아마도 아이에게 정서적 불안등을 가져다주게 된 치명적인 요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좀 얼띠고 느리고 깨우치는 것도 늘 조금씩 처지는 듯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행히 남편이 어느정도 아들에게는 공부에 대해서 관대하고 나의 이야기를 타당성있게 귀담아 들어주어서 우선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사회성도 길러주자는 마음으로 태권도장에 보내더군요.

참 잘한 것 같아요. 한 2년 정도 다녔는데 정식으로 유단자도 되었구요. 그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자신의 의사도 나름대로 표현할 수도 있고..요즘 세상은 소심하고 얌전해서는 살아낼 수가 없잖아요. 사람좋다 소리만 들어 가지고는 경쟁사회에서 견뎌낼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밤만 되면 영낙없이 아기가 되어 혼자서는 죽어도 잠을 못 잤으며 조금만 낮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날 밤에 떠내려가기 일보직전까지 오줌을 쌌어요.
강제로 혼자 재우려고 많이 노력도 해보고.. 그러다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다 큰 아들 껴 안고 잤지요 뭐.
그랬던 아들인데..
어제 날짜로, 혼자서 자겠다고 선포를 하잖아요. 그리고 이제부터 공부를 하겠대요 글쎄...
어디서 자극을 받았을까.. 어디서 도전 받았을까.. 벌써 사춘기가 시작되는 걸까.. 그냥 일시적 충동일까.. 생각지 않기로 했어요. 그냥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기회를 어찌 놓칠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가구를 이리번쩍 저리번쩍 돌아앉혀가며 예전에 농짝 들던 실력으로 모처럼 신나게 노가다로 몸풀었지요.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느라 스탠드까지 책상에 얹어주었어요.
이제 바야흐로 남자로서의 발동이 걸린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기다리고 기다린 보람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서 신이 나요.
가속도가 붙으면 하루가 다르게 남자로 진정한 남자로 변신해 가겠지요?

여자는 남자 셋을 거친다면서요. 이미 아버지 그늘에선 벗어났고, 남편도 어느 정도 마스터 했으니 이제 아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할 순서가 되었어요.
이제 더이상 엄마를 예쁘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제 더이상 엄마랑 결혼하겠다고 떼쓰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네요.

공부도 평소에 열심히 해놓으면 아무래도 성적이 쑥쑥 올라가고 돈도 한푼두푼 모으다 보면 어느새 통장이 배불러 있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부대껴 살다보면 미운정 고운정으로 끈끈하게 정붙여 살게 되어 있는데..
몸의 군살만큼이나 나이테처럼 불어나는 삶의 때들은 나도모르게 덕지덕지 온 몸에 달라 붙어 맑은 날보다 때로 흐리고 비오는 날이 더 많으니 정말 내가 잘 못 산것은 아닌지 .. 그냥 퍼질러 앉아 넋두리해 보는 날...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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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김춘희 2002.06.20 08:43

    어머니!<br>아름다운 아들 사랑이네요.<BR>
    저도 다 큰 아들이 있는데...<BR>
    님과 같은 마음이었던것 같아요<BR>
    거기다가 우리 아들은 2대 독자<BR>
    지금 그 아들이 아들을 낳았는데<BR>
    그 아이는 3대 독자가 되나?<BR>
    빨리 빨리 키워서 의지하고 사랑하고 싶겠지만<BR>
    그래도 어린아일때가 더 이뻤던것 같습니다.<BR>
    부디 이 세상에서 <BR>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어머니가 되시길 ....<BR>
    참 따님 사랑도 잊지 마세요<BR>
    <BR>
    *내가쓴글을 누가 읽어 준다면* 쥔장 다녀갑니다<BR>
    더행복하세요.
    답글

  • 유미숙 2002.06.20 08:57

    !<br>읽고 있으려니 님의 행복에 슬슬 질투가 나네요.<BR>
    우리 아들넘 6학년 2학년 여동생 손 잡고 교문까지 가는데<BR>
    소문이 났답니다. 무슨 애들이 저렇게 손을 잡고 다니나~<BR>
    사람들이 말을 해도 제동생 챙긴다고..엄마보다 낫습니다.<BR>
    학원 하나 보내지 않는데 학원 다니는 아이들보다 공부는 낫고<BR>
    집에오면 매일 게임만 하면서 시험보면 어쩌다 하나, 둘 <BR>
    틀리는 아들과 엄마엄마 구구단 외우기 힘들어요. 하면서<BR>
    공부하기 싫어하는 딸..그래도 공부공부 안합니다.<BR>
    공부 못하면 학교에서 분명히 도전받는 일이 생길 것이므로<BR>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지요. 부끄러운거 못참는 우리 아이들이<BR>
    스스로 자기 인생에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데 제가 너무 <BR>
    방관하는것은 아닐까요?<BR>
    <BR>
    밖에는 비가 내립니다.<BR>
    우리 아이들 우산의 이마를 나란히 하고<BR>
    학교가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BR>
    좋은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BR>
    <BR>
    *유미숙의 詩集<BR>
    *영원한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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