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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고부갈등

by Happy Plus-ing 200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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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

 

시골에서 서울 아들네 집으로 다니러 온 김에 며느리 밥 좀 얻어(?) 먹고 쉬었다 가야겠다.
손자, 손녀 재롱도 모처럼 받아보고...
그렇게 시작된 동거!


손자, 손녀는 어느새 다 커서 아침식전에 한번 삐죽 보면 그 길로 오밤 중인데 세상천지 저 쪼꼬만 것들이 뭐 배울게 그리 많다고 할머니하고 놀아볼(줄) 시간도 없고. 아들이래야 아침에 눈 비비고 나가면 그 다음 날 똑같은 모습으로 또 만나니 별 수없이 매끼마다 며눌하고 둘이서 겸상이다.

내 손으로 내 밥 퍼서 내혼자 묵을 때는 양푼에다 한 ~주걱 푹 퍼 담고 그저 있는 대로 풋것 찢어 얹고 고추장에 매운 고추 쑹쑹 썰어 넣고 끓인 뚝배기 된장 한 종지만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겠구먼 하얀 이밥에, 그것도 고실고실 밥을 낱알로 세워 8부 밖에 안 퍼주니 아무리 천천히 씹고 또 씹어 밥알에서 단물이 나도록 씹어 먹어도 매양 허기진다.

어느 날, 웬일인지 아들놈이 좀 일찍 들어왔다. 며눌님이 아들 밥상 차리는데 한 숟가락 거들까 싶어 끼여 앉는데
아들.. [어무이.. 밥 자신능교]

어라?? 대답할 새도 없이 며눌님 달랑 말꼬리 주워
[어머님은 드셨어. 당신이나 드세요]
[끙~~~]
아들.. [그라마. 울 어머니 계란 좋아하시니까 몇 개 삶아보소]
며눌.. [네. 저~~ 한 두어 개 삶을까요? 어머님?]
나.... [두 개 삶아 누 코에 붙일라카노??]
며눌.. [그럼... 몇 개나 삶을까요?]
나.... [한 판 삶거라 181818]

그리하여 계란 한 판을 콧구멍에 똥내 올라오게 먹었단다. 아들.. 그제사 상황 판단한 듯
[낼부터 울 어머니 밥 많이 드리거라]
다음 날부터 참말로 아닌 게 아니라 밥을 고봉으로 퍼서 시어머니 챙겨주더란다.

 

 

 

 

예전에 작고하신 시고모님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하자마자 분가시켜주고 따로 사셨기에 함께 사는 게 수월치 않았답니다.
그러다 홀로 계시던 어른의 병이 깊어지는 줄도 몰랐던가 봅니다. 아무도...
마침 저희가 한 동네에 이사를 오는 바람에 곁에서 오며 가며 들여다보며 살았지요.
그런데 칠순을 넘기시고도 강건하다 싶었는데 어느 날 시름시름 앓으시더니 진단 결과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는데 하루가 다르게 바짝바짝 여의어 가시더이다. 두 달 정도를 제가 모셨는데.. 죽도 못 드시고 물도 못 삼킬 때까지 버티다가 마지막 운명하실 때는 서울 아들이 모셔가서 대학병원에서 세상을 뜨셨습니다.

상주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하다는 집, 고명 딸로 태어나 좋은 가문으로 시집을 간다고 떠들썩하게 잔치를 치르고(동래 정 씨 댁 ^^)... 신방을 치른 지 1년인가 만에 새신랑이 병으로 죽어버리자 그 고명하신 집 안에서 며느리가 다른데 재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답을 왕창 떼어주고 아들을 많이 낳은 시동생의 아들 하나를 양자로 얹어 혼자 살게 조처해주었습니다.

그 아들 하나 의지하고 50년을 살다 가셨습니다.  그 아들이 양자였는 줄, 나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후 유품을 정리하는데 장롱 위, 안, 서랍... 구석구석에서 현금,, 통장,, 집문서 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 계산해 보니까 줄 잡아 억대는 넘더라고요. 물론 아들 며느리 다 챙겨갔겠지요?
우리 동네 대덕산 조그만 절에 아들 이름으로 헌납을 해서 큰 부처도 하나 세웠다네요. 참, 불심 하나는 대단했었지요.
제가 크리스천이잖아요. 찬송 흥얼거리는 것조차 듣기 싫어하셨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정신은 말짱하셨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유언 비슷하게라도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들 내외는 고모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엄청나게 큰 아파트로 이사하고 지금은 저희와 연락 두절된 상태입니다.

장례식과 삼오까지 치르고 남아있는 고모님의 장롱을 비롯해서 항아리, 수저, 옷가지 들을 처분해야 했는데  [제수씨,, 남은 짐 정리 좀 해주십시오...]하면서 손에 꼭 쥐어주는 것 있었으니.. 수표 1장이었습니다. 십만원짜리....

이것으로 아주버님과 제수씨의 인연은 끝이 났지요 뭐.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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