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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태풍의 끝에 서서*

by Happy Plus-ing 200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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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끝에 서서*

 

전국을 할퀴고 간 태풍의 뒷 모습은 흔적도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의 전형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9월의 초입입니다.
하루아침에 살던 집들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삶의 터전이었던 논밭 전지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자연의 광폭한 횡포앞에 그저 망연자실한 눈빛들을 접하면서.. 생이 고해와 같다라던 교과서같은 말들이 실감나는 비통함속에 그저 산다는 것이 살아내는 일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지친 날들입니다.
그나마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재해현장에서 함께 나누어지는 따뜻한 마음과 바쁜 손길들이 있어 삶의 희망 한자락은 볼 수 있어 감명깊었습니다.
분명히 엄청난 위력을 가진 태풍이란 놈이 시커먼 손길로 한반도를 더듬으며 올라온다는 걸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으며, 이미 남부지역에서 어이없이 당하고 휩쓸려 무릎꿇은 현장소식이
잇달아 터져올라 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막아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란게 얼마나 무력한지,
누가 무엇을 탓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방비를 튼튼히 하고 총탄 장전하고 두 눈 부릅뜨고 지킨다 한들 산 하나가 무너져 내려오는데야
내가 가진 우산 하나가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아침식사후에 남편과 신문을 보다가 수해의 참상이 어느정도인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강릉지역은 너무나 엄청나더군요. 아예 노랑색 아스팔트로 변해 있는 황사로 덮힌 도로..
물이 덮친 곳에 먹을 식수가 없는 현실..통신이 두절되고.. 아직도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 실종된 아내와 아이들... 공원묘지의 유실된 시신들... 이런 끔찍한 일들이 꿈이 아니고 정녕 현실이었다는 말입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텅 빈 공간을 가리키며 저기는 수퍼자리여.. 저기는 길이 있었제.. 하시는데 가리키는 손가락 만큼이나 짧디 짧은 인간의 연한이, 壽가 70이요 길면 80이라는 나그네길에서 겪어야 할 일치고는 엄청난 재해의 현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연 사흘동안 강릉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직 연결이 되질 않고 있네요.
이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제자리를 찾을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의 사랑과 관심과 나눔의 손길을 펴야 할 시기입니다. 허물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할 시간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저희집도 이번에 비 피해가 좀 있었습니다. 엄청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 되겠습니다만.
저희들이 섬기는 교회가 너무 오래된 건물이고 몇 년에 걸쳐서 여기저기 수리를 거듭했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번씩 치르는 물과의 전쟁으로 올해는 아예 이른 봄에 지붕을 완전히 교체하는 대공사까지 완료하고 여름대비를 철저히 했었습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8월 중순에 지나간 큰 비와 이번의 게릴라성 호우에 지붕의 이음새부분이 말끔하게 마무리 안 되었던지 예배당이 물바다가 되는 난리를 겪었습니다. 예배당과 맞물려있는 교육관 역시 물바다가 되긴 마찬가지였지요.
몇 달전에 새로 구입하여 사랑땜도 못한 복사기를 고스란히 날려 버릴뻔 하지 않았겠습니까.
나름대로 즉석에서 조치를 하고 써비스 받고서 괜찮아졌지만.. 물에 젖기 전보다야 못하겠지요.
새로 지붕을 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정말 안심하고 유유자적하면서 태풍을 맞이했었답니다.
그런데 복사기가 옴팡 젖고 난 다음에 지붕에 올라가 보았더니.. 아이구..
지붕의 물을 받아 내려주는 홈통이 바람에 날려온 신문지나 오물때문에 막혀 있어서 나즈막하고 경사가 없는 지붕전체에 물이 고여있다보니 이음새 부분으로 아주 조금씩 조금씩 비쳐서 그렇게 되었답니다.
글쎄요. 아무리 방비를 해도 자연의 힘 앞에는 무기력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나 봅니다.

몇 년전에는 수해의 현장에 있은 적도 있었습니다. 아마 87년도 쯤이었을 것 같아요.
충청도 지방에 덮친 집중호우로 그 넓은 논 밭이 몽땅 바다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저희는 언덕배기에 살고 있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구요.
다니던 교회옆이라 많은 수재민들을 넓은 예배당과 교육관등에 수용하고 피난민수용소같은 어지러운 생활을 며칠간 지켜본 적이 있어요. 그 고달픔이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리 말로 해도 잘 모르실거에요. 그 냄새, 그 집단속의 또다른 부류들의 이기심..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구호물자가 도착했었는데 쓸 만한 것은 이미 관청에서 대충 골라내고 다음에 수혜 당사자들에게 오긴 오는데.. (관계자들이 알면 큰일나겠지요? ^^)
그렇게 당도하기까지의 과정도 정말 만만찮은 일이더군요.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또 일어나셔야지요.
이 밤도 학교 강당이나 교실등에 흩어져서 불편하고 참담하게 보내고 있을 이웃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재해 더미속에 묻혀진 현실을 하나하나 닦으며 제자리에 앉혀놓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폭풍이 휘젓고 간 자리에 주저앉아 낙망하지 마시고 다시 일어서시길 바라는 마음 전하고 싶어서..
전국의 교회마다 사찰마다 가정마다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 나눔의 현장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쌓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오늘과 내일을 살고 있겠지요.
님들.. 용기 잃지 마시고. 우리 서로 도우면서 함께 일어서는 9월이 되어봅시다. 샬롬

 

200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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