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공약
내 아를 나아도(낳아도)! 모 개그프로에서 요즘 유행시킨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의 경상도 버젼입니다.
보통, 경상도 남자를 화끈하고 무대뽀 박력있는 남자로 표현을 많이 하지만, 어찌보면 소박하고 숫기없고 말 주변없는 것을 그렇게 커버하느라고 그런건지도 모릅니다. 경상도버젼에 잘못된 표현도 더러 있고 또 어설프지만 정작 경상도사람들은 그냥 웃어주고 맙니다. 엄격히 문자적으로 따지자면야 멀쩡한 남의집 귀한 딸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아달라는 엄청난 짓거리요 그걸 프로포즈라고 했다간 어떤 놈이고 귀싸대기 맞아 마땅한 말이지만 사랑을 전제로 해야 하는 말이니까..귀엽게 보면 될 테지요. - 아... 이 여자라면 평생을 같이 해도 되겠구나 - 이 여자에게 프로포즈하면 승락을 얻을 수 있겠구나 - 라는 확신이 섰을 때에만 쓸 수 있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말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경상도 보리문디 토박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상합니다. 아마도 미혼이었을적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별로였던 것 같네요. 그나마 울 신랑이 내게 프로포즈랍시고 한게 고작 친구들을 들러리로 내세워 자신을 PR하게 하고 우리 집을 오밤중에 한바퀴씩 돌면서 - 여리고야.. 무너져라 하고 몇 번 외치고 집에 가는 정도였는데.. 우째우째 지금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ㅋㅋ 당신 그때 그랬었다라고 얘기하면 .. 죽어도 안그랬다고 빡빡 우기대요. 그러면 여리고야..라고 외치고 돌아다닌 장본인이 따로 있었능가??? 어쨋든 그 프로포즈에 선뜻 승낙을 못하고 밍기적거린 벌로 결혼한 후에도 그 후유증은 오래갔었습니다.
내가 특별히 잘났거나 콧대가 센 도도한 여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때 제 형편이 도저히 결혼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며 밑으로 줄줄이 동생들이 한참 공부하고 있었고. 쥐꼬리만한 나의 봉급을 동생들 뒷바라지 한답시고 다 밀어넣어 결혼밑천이라곤 땡전 한푼 없었을 때였기에..그리고 결혼이란 말 자체가 미안하고 죄스러워 감히 말을 할 수 없었던 때였기도 하구요. 그런데 장래의 시어머니감? 께서 맨날 노래하시기를 - 몸만 오니라 - 하시는 이 말에 속아 진짜 몸만 달랑 갔던것이 화근이 되어 일가친척들에게 싸가지 없는 년? 으로 한참동안 미움받았던 과거도 있습니다.
프로포즈할 때 그대의 그대는 그대에게 어떤 공약을 하십디까?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혀주꾸마.. 그런 약속 받아내는 새악시도 있지요. 옛날 어르신들 세대나 전후세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마흔이 넘은 우리들 세대 또한 고생한 부모님들 손에 크면서 배 많이 곯았던 세대입니다. 밥 앞에 장사없고,, 밥 이라는 말에 꼼짝못하는 그 시절에 그 얼마나 감격적인 프로포즈입니까? 생각해보면 배고프면 내 손으로 해먹으면 되는걸 그걸 무슨 결혼공약이라고 홀라당 넘어갔는지.. 원..그래도 아직까지 내가 먹기 싫어 안 먹었지 없어서 못 먹지는 않았으니까.. 공약은 지킨 셈이쥐요~~~ 그대의 그대가 그대에게 프로포즈하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그대의 그대가 그대에게 프로포즈할 때 호언장담하던 말을 추억해보세요. 그 공약이 헛 공약이었는지 아님 실천되어지고 있는지 한 번 점검해보고요.
200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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