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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대구 지하철 방화사고 2003년 어느 날의 기록

by Happy Plus-ing 200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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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방화사고 2003년 어느 날의 기록

 

순간에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을 위하여 묵상합니다.  병상에서 고통중에 있는 많은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슬픔을 당해 오열하는 유가족들에게 뭐라고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이 우매함을 이 글로써 대신합니다. 생각이 스치는 그 순간 그 짧은 찰나에..이제 마지막이로구나.

더러 욕심내고 더러 안달하던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 짧은 찰나에 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이었을까.
눈 앞에 흐릿하게 다가오는 사랑하는 이들 아니 사랑하지 못해 회한으로 남아있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해.. 미안해.. 이 말 만이라도 남겨야겠다는 그 한가지 일념으로..숨 쉬기조차 버거울 그 시간에......

1/75초를 찰나(刹那)라 한다합니다. 최소의 시간단위입니다. 찰나를 비켜나서 덤으로 얻은 인생을 앞에 두고 고민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에도 현장을 30분전에 비켜오게 되었었고 성수대교가 아침등교길의 꽃다운 여학생들을 강물에 삼키우고 회색빛 하늘에 유유히 헬리콥터들이 떠다니는 광경도 옥수동꼭대기집 베란다에서 안개가 뿌옇게 내려앉은 한강을 대책없이 내려다보고만 있었더랬습니다.


여기는 대구

대구시에서도 중구. 버스로 가면 4 정류소전. 지하철로 치면 2코스 전. 화면에 뭉텅뭉텅 솟구치는 연기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았던 하루. 어쩔 수 없이 제 3 자가 되어 바라보기 4 일째입니다.
어제부터 부분적으로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아이의 학교 선배도 이번에 희생자가 되었고 이웃교회의 권사님도 내일 장례식을 치룬다합니다. 언젠가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할 그 길을 조금 더 앞당겼을 뿐이라 생각하면 그리 서러울 일도 아니건만 서둘러 가는 이들의 말없는 이별 앞에 남겨진 자들의 오열은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끊어놓고 슬픈 사연도 많고 애틋한 사랑도 많아서 두고두고 그리울 사람 가슴에 묻어둘 자식들 이리갈 줄 알았더면 미리미리 사랑도 많이 할 것을 그리 속썩히지 말고 잘 해 드릴 것을...
후회가 무슨 소용이며 탄식한 들 가던 길 다시 돌아오겠습니까.
그 자리, 그 시간에 있을 수도 있었던 그 찰나의 순간을 비켜앉게 하신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하옵소서.
알기만 할 것이 아니라 행하게 하옵소서.사랑해....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 속에 미안하다는 말도 포함된다는 걸 이제사 알겠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속에 사랑한다는 말도 포함되었단 걸 이제사 알겠습니다.
사랑해..라는 말이 이렇게 뼛속깊이 사무치게 아픈 말인 줄 이제사 알겠습니다.
미안해..라는 말이 이렇게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 이제사 알겠습니다.

그래 나도 사랑해 나도 미안하구나. 먼저 가서 기다리렴.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그 말에 꼭 껴안고 대답해 줄 수 있도록 내가 금방 갈께.
네 눈물 마르기 전에 내가 갈께.
기다려..나도 사랑해.. 나도 미안해..


200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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