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로 사는 법
시어머니로 사는 법
저의 시어머니는 옛날 [국풍81]때 의성군의 칼국수 대표선수이셨습니다. 그쯤되니 어디 칼국수만 잘하시겠습니까?
16살에 7형제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명절이나 잔칫날이면 쌀 씻은 물이 상주 개천에 흘렀다는 그 큰 살림(울 신랑 뻥인거 같지만)을 어린 나이임에도 척척해내시면서 집안 일, 무슨 일이건 두루두루 못 해내시는 것 없이 완벽하게 하시던 수퍼우먼이 바로 울 시어머니이셨지요.
핏줄은 못 속이나 봅니다. 울 남편 5 남매 모두 음식솜씨.. 눈썰미.. 손재주 뭐하나 못하는 것 없이 정말 부러울만치 좋습니다. 재주 많은 여자 일 福 많고 팔자 그리 편하지 않더라는 옛 말도 틀린 말은 아닐진대 본인이 솜씨있고 부지런한 이들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나 옷바라지 등이 마음에 들 턱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 손이 내 딸이요 하면서 몸을 도구 삼아 그리 억척스레 살아내는 거지요.
그러니 어디 나같은 어설픈 며느리 당신들 양에 차기나 했겠습니까.
며느리라고 둘 있는게 그나마 지혜로운 울 형님은 일찌감치 두손 두발 다 들고 욕이 배따고 들어오나 욕은 얻어먹되 몸은 편한 길을 택했고, 나는 콧 잔등에 송송 땀이 맺히고 발바닥에 땀띠나도록 열심히 노력했어도 워낙 솜씨 잼병이라 아직 식구들의 입맛을 황홀케할 만큼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못 맞출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는 건 인정해 주셔서 맛있다 그만하면 되었다라고 해 주십니다만 내 입에 내 눈에도 만족하지 않으니 그걸로는 부족하지요.
그래도 세월 앞에 장사없다는 옛말이 어쩜 그리 딱 맞는지~~~~
울 신랑 하는 말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아니야 라며 어머니의 손 맛이 좀 달라졌다합니다. 왠지 섭섭해 하시는 저 표정.. ㅎㅎ 속 마음이 어떠실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우리 어머니 가만 보면 아들을 사이에 두고 며느리와 여자대 여자로서 경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만든 음식에 대해 아들 표정이 썩 흡족하지 않으면 반드시 오후에는 다른 음식 재료를 사오셔서 만들어 먹여봅니다. 그것조차 시원찮으면 내심 불편해 하시면서 큰 아들네로 가시지요.. ㅎㅎ
요새는 음식이 아니고 갖가지 한약, 조약을 집에서 중탕해서 이건 며느리것 이건 큰 아들, 작은 아들 것을 열심히 만들어 오십니다. 어떤 것은 중풍예방약이고. 어떤 것은 암 예방약이고, 이건 어디서 귀한 걸 얻어서 달였다하시고, 이건 정말 국산인데.. 비싼 거라 하시면서 열심히 달여 오시지요. 민들레, 수세미 심지어 뱀(ㅠㅠ)까지~~~
그런데 체질적으로 저는 그런 것들이 몸에 안받습니다. 솔직히 안받는게 아니고 입에 쓴 게 싫고 징그럽고요. 더 나이들고 여기저기 허해지면 쓴 약도 마다하지 않을려나..아직은 잘 먹어지질 않네요. 그래서 냉장고에서 흔히 묵히고 썩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한 번씩 들키면 형님보다 쪼끔더(ㅎㅎ) 사랑받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솜씨를 전수받고 싶어서 요새 저는 울어머니 오시면 이건 어떻게.. 저건 어떻게 자꾸 보채고 귀찭게 물어봅니다. 잘못 들으면 기분 나쁘시겠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다 전수해주고 가시라구요.
친정 엄마가 시어머니로 사는 법
그러고 보면 울 친정엄마가 시어머니로 사는 방법은 전혀 다릅니다.
하나 밖에 없는 울 올케가 서울 명문대를 나온 재원인데다가 이름있는 회사의 간부거든요. 그래서 잘난 며느리 앞이라 할 말도 못하는 시어머니냐구요? 그게 아니예요. 친정엄마는 며느리가 신혼 때는 공부하느라 뭘 배웠겠노 암 것도 모를거라 생각하고 명절에 내려오면 무조건 쉬게 하고 당신이 음식 만들고 맛이 있든 없든 며느리 푸욱 쉬었다 가게 배려하십니다. 한 번도 엄마 입에서 며느리 험담하는 걸 들어본 역사가 없네요. 저를 포함한 시누이 셋도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지 나무랄 생각 전혀 없습니다. 지가 시댁 福 타고 난 거지 뭐.
요즘은 명절 때 내려오는 것도 힘들겠다 하시며 몇 년전부터 거꾸로 친정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가십니다. 갔다 가도 절대로 하룻 밤 이상 안 주무시고 내려오시지요. 요새 젊은이들 잠 실컷 자는게 소원일텐데.. 늙은이들 있으면 아침 잠 못잔다구요. 그리고 일단 며느리 집에 도착하면 절대로 주방에 안 들어간답니다. 보게 되면 잔소리하게 될테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며느리 솜씨야 뻔하지요. 그래도 무조건 잘한다 잘한다 하시고 언제나 맛있다 맛있다 하시면서 며느리 맘 편하게 해줍니다. 퇴근할 때 대형mart에 가서 포장되어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되는 맛있고? 귀한 것을 사 와서 어른 밥상 차리는 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맛있게 먹어 준다네요. 그래서인지 울 올케 시어머니랑 친구같이 맘 편하게 잘 지냅니다. 요즘 대세가 그러하니 서글픈 생각도 들지만 어쩌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늙그막에 만사 편한 울 엄마!
맨날 오 남매 챙겨주려 팔순에도 바쁜 우리 시어머니!
나도 곧 시어머니가 될 예비 시어머니입니다만 어떤 시어머니로 살게 될런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말이든 마음이든 같은 여자로서 한 번쯤 며느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배려하는 시어머니가 되어야겠다고 미리 다짐해봅니다.
잘 생긴 우리 아들,
가만 보니 독일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데 따라 댕기는 여자애가 있긴 있는데 관심 없대나 어쨋대나 ~~~~배 아파 죽을 고비 넘기며 낳은 내 아들! 쉽게 포기하고 어떤 이뿐 여우?에게 넘겨주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서두... 끄응!
'오늘도 감사한 하루 > 오늘보다 나은 내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기도 방귀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0) | 2020.11.29 |
---|---|
고3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 딸의 수능 후기 (1) | 2020.11.25 |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알고 (0) | 2020.10.14 |
그때 그 시절 - 귀성길 기차표 예매 (0) | 2020.10.12 |
구글이라는 바다에 돛단배를 띄워 (0) | 2020.08.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