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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솔리스트를 꿈꾸며....

by Happy Plus-ing 200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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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스트를 꿈꾸며

 

 

신나는 목요일
매주 목요일만 되면 나는 신이 나요.
주로 5,60대의 중노년층의 초교파적으로 모인 사모들로 구성된 합창단에 크게 시간에 구애도 안받고 나만의 자유와 여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무엇보다 집안 일이랑 뭐 그딴 것들 잊어버리고 오로지 지휘자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복식 호흡과 발성연습을 하고적당히 긴장을 하면서 연습해야 하니까 자연히 몸의 근육이 이완과 긴장을 목요일만 되면 기를 쓰고 합창단에 가려고 바지런을 떠는 내게 남편이거기 갔다오면 스트레스 좀 풀리느냐고 묻길래 그럼요~~~하고 낼름 대답했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여건이 허락지를 않아서 가지 말까 하다가 조금 늦었어도 가야겠다 싶어 바쁘게 뛰어가다 오늘이 스승의 날인것이 생각나서 건널목 꽃집에서 단돈 1천원 주고 장미 한송이에 리본 달아서 사가지고는 내내 뛰다시피 연습실에 도착했더니  한여름도 아닌데 얼마나 덥고 땀이 나는지...늦게 가도 되기는 되는데  출입문이 하나밖에 없어서  지휘자 앞을 지나가자니  부끄럽잖아요.
하는 수 없이 반쯤 기다시피 숙이고 뒤꿈치를 들고 들어가다 지휘자 보면대위로 장미꽃을 얹어드리는데, 모인 할매들이- 아이고 잘했데이, 이자뿌맀는데
- 우리는 늙어가 오늘이 무신인지도 몰랐구마는...
- 젊으이 좋긴 좋네
- 에고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만..   그냥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연습이 중단될 지경이었잖아요.
지휘자님도 얼굴이 벌개지면서 좋아하시대요. 우리 나이또래거든요. ㄲㄲ


꽃이 좋은 줄이야 진작 알았지만 그깟 꽃 한 송이가 이렇게 모두들 흡족하게  해 주다니요.
돈 천원! 잘만 쓰면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이 모임에 참석하면 기분 좋아지는 또다른 이유..; 내가 제일 어리거든요. ^^내 나이 또래들과 어울려 놀면 덜 늙을라나
결혼하고 남편따라 댕기면서 하는 일이라곤 맨날 할매들하고 노는 일인것을요. 그래서 나의 또다른 애칭은 할매입니다. 달빛 할매..내일모레가 칠순이신 할매 사모님을 선두로 줄줄이 예순이 넘으신 분들그 다음이 쉰세대...이렇다보니..할매들이 나를 보면 얼마나 부러우실까~~~~~요. 은근히 즐기면서.. ㅋㅋ
내 나이에 어디가서 이런 사랑을 받아볼까요. 약간만 시선을 내리고 몸을 한단계 내려 사니 이리도 편안하고 느슨한데요.계속 막내로 귀염을 독차지하면서 살거 생각하면 찰랑찰랑~~

행복이 고여와요.그런데요..진짜 좋은 이유는요 따로 있어요.

이런 말 있어요.합창단은 성악가가 망치고 교회 재정부는 은행원이 들어가면 망친다구요.

무엇이든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하게 활동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기자신을 나타내려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겠지요. 그러다보면.. 불협화음이 생길수도 있어요.
합창단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내 옆 사람의 음성을 들어가면서 보조를 맞추고 내 음성을 맞춰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노래잘하는 합창단이 되는거거든요. 사실 지휘자님은 현직 성악가이면서 대학강사이시고 대원중에는 소프라노파트에 성악가출신이 계셔요. 그런데 그 분은 몇 달동안 연습할 때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다가 지난 3월 초에 정기노회할 때 우리 합창단이 찬양을 맡았었는데 그 날 딱 한번 오셔서 위풍당당하게 맨 앞자리에 서서 부르시더군요. 지휘자님은 별로 그분 좋아하지 않으시는 눈치였어요.


합창단은 모름지기 지휘자가 원하는대로 잘 따라와주는 대원이 사랑스럽지 그렇게 성악가 티를 내면 다른데 가서 앙상블이나 하시지.. 안그래요? 좀 모자라도 up!! 내 목소리는 저음인 엘토 파트에 가깝답니다. 어릴 때부터 성가대에서 엘토파트만 했었기에, 교만한 말이지만 싫증이 났었어요. 그래서 아예 이 합창단에 들어올 때 메조소프라노 파트로 들어가 앉았는데 할매들이 좋아죽을라고 합니다. 목소리 힘있어 좋다고 ^^ 젊은피 수혈했다꼬 ^^

그런데 지금은 소프라노대원들이 들쭉날쭉 결석률이 많다는 걸 핑게로 슬그머니 소프라노 파트에 가서 앉아 연습하고 있어요. 그것도 맨 앞줄에서 !!

나의 성량에 맞춰 적당하고 편안하게 부르면 되겠지만 이왕 연습하는 거.. 배에 힘을 꽉 주고 뒤통수로 목소리 튕겼다 올리면서 듣는 사람 고역일지라도 내질러나 봐야지 싶어서... 지휘자가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건지 아니면 나같은 존재 안중에도 없는건지. 연습하고 있는 곡중에 분명히 소프라노 솔로부분이 있던데 아직 그 부분은 누가 할건지 정해주시지 않았거든요. 내 생각엔 아무래도 성악가 할매를 시킬 것 같지는 않구요.

 

스포츠든 음악이든 ..천재는 타고나지만, 그렇지않고서야 연습앞에 장사없거든요.
연말에 연주회할텐데 그때 가서 뽑히겠다는 일념하에 열심히 연습해야쥐..

오늘 장미꽃 한송이로 눈도장도 확실히 찍었겠다. 스스로 나를 up! up! 시켜야지 누가 나를 올려주겠냐 싶어 열심히 괴성을 질러댑니다.

아, 솔리스트 최 o o 라고 포스타에 이름석자 박히는 그날까지... 앗싸??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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