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계산서
스승의 날 .. 선물 준비를 못했어요.
사실은...지나놓고 보니 스승의날 전날은 로즈데이날이었더군요. 그날.. 심술쟁이 할배가 짜증을 내는 바람에 하루를 망치고서 비는 오락가락하고 마음까지 심란해서 왼종일 우울했었걸랑요.
그러다 다음날이 스승의 날인데 아이들의 스승님 챙기는 걸 깜빡 잊었어요.
이제껏 뭐 스승의날이라고 해봐야, 잊지않았다쳐도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었고 기껏해야 시내 서점에 가서 책 몇 권 고르는 정도였지만요.
무엇보다 마음으로 진정으로 고마워하는것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일렀어도 요즘 시대가 엄마들이 ...그렇게 되던가요?
스승의날 아침에 아이들 빈손으로 학교에 보내는 게 좀 미안하고 선생님께 미안한 거야 서로 얼굴 안보이니까..
그렇다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 뵙기가 얼마나 난처하고 죄송스러울까 싶어 맘 편칠 않았습니다.
다행이도 아이들이 스승의날이라고 일찍 귀가했기에 물어보니.. 작은 아이는 철이 없는지 같은 반에 전교부회장이 있는데 그 어머니랑 몇 분이서 준비하셔서 케익도 먹고 파티를 했다고 천진스럽게 아이답게 그러고 말더라구요.
선생님들도 스승의 날이 되면 참으로 불편하다 하시기도 합니다. 저희 친정쪽으로 교직생활 하시는 분 더러 계시거든요.
큰 애는 제 용돈에서 어떻게 쪼개어서 성의를 표했다 하구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가까이에 아이들 큰 아버지댁이 있는데 다른 애들은 말고 예술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질녀(조카)가 징징소릴 내는데 .. 들어보니 내일 레슨받으러 가는 날인데 몇 아이들이 돈을 거두어 그 강사님 선물을 사기로 했다는군요.
그 돈이 만만찮아서 아마도 아주버님이 돈없다 하셨나봐요. 아이는 기가 푹 죽어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많은 돈이다 싶어요. 한참 그러고 있더니..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순순히 순종을 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작은 선물 하나 사야겠다 하길래 울 딸래미하고 같이 시내나가서 사오너라 했다가
아니다
작은 엄마가 집에서 과자 튀겨줄테니까 그거 예쁘게 포장해서 갖다드리면 안될까???? 했더니 내심 못믿겠다는 눈치이면서도 그렇게 하면 푸짐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한 과자만들기가 합창연습 다녀온 다음 내내 저녁 8시까지 반죽해서 밀고 모양뜨고
튀기고 설탕시럽 만들어 입히고.... 먹어보니 어라?? 장난이 아니네.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 하는 과자보다 훨~~~ 씬 맛있거든요.
예쁘게 나온 모양 따로 분리하고 이 집 저 집 나눠주고 내친 김에 둘째 놈 태권도장에 싸서 보내고 조카들 선생님들께 하루 지났지만 맛보시라고 포장해서 싸놓고 딸래미는 친구들하고 먹는다고 싸고...
과자로 온 동네 포식을 했습니다.
밀가루 두 바가지 (큰 집에서 얻음) 계란 15개 (물없이 계란과 우유만으로 반죽했음) 우유 200 L 한개 (큰 집 냉장고에서..) 계피가루 --> 1,000원 설탕 3 kg 한봉지 ---> 3,000 원? 식용유 1.8 L 한 병 (큰 집에서 이사올 때 들어온 거) 과자 만들기 내돈만 4,000원 낮에 꽃 값까지 합계 5,000원 들었네요.
이상은 스승의 날 계산서였습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 오늘보다 나은 내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그림 (3) | 2003.05.28 |
---|---|
솔리스트를 꿈꾸며.... (1) | 2003.05.17 |
방송통신대학 - 졸업할 확률 (1) | 2003.05.12 |
전업주부, 폐업 (0) | 2003.04.15 |
일 福 많은 여자 (1) | 2003.04.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