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폐업
니나 내나 마흔이 넘었응게 인자 다 산기라..
말하자마 까불어싸도 한 물 갔다~~ 요런 말씀인기라.
그리 오만방자하던 젊음은 세월의 물살에 덧없이 깍이고 소리도 없이 숙지고
제아무리 속아지 못땠고 철없는 망아지처럼 날뛰던 호랭이 남편도 고개숙이고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세상이치라 카더만.
어디서 읽었더라
여자나 남자나 마흔고개만 일단 넘어가면
남자는 여성호르몬이 생기고
여자는 남성호르몬이 생겨서
남자는 여성스러워지고
여자는 남성스러워져
자연스레 여자의 목소리는 우왁하게 커지고
남자는 길들여진 머시기 같아 진다는데..
우짜자고
울 서방님은 날이 갈수록 더 간 큰 남자가 되어가는가 몰라.
곰곰 생각해 보니 이는 필시 내가 돈 못(?)버는 백조인 탓인기야.
주부가 집에서 하루종일 얼마나 하는 일이 많은지
전업주부의 노동가치가 얼마나 큰지
내 대신 노상 떠들어주는 참말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구만,
왜 나는 맨날 먹고노는거 마냥 이리도 심사가 편치 않을꼬.
걸핏하면
-- 자네가 하는 일이 뭐있노 ~~!
-- 빨래는 세탁기가 알아서 해주고
-- 밥은 밥통이 알아서 칙칙푹푹 다 해주고
-- 청소는 지이이잉 청소기가 다 해 주지요
-- 얼라들은 저그가 알아서 커 주는데
이런 말 듣는 사람치고 뒤통수 뜨듯해지지 않는 주부 없다.
우짜다가 부부싸움 할 때야 서로 무신 말을 못주고 받겠더노. 그런데 이런 말을 자주 할 때에는 필시 무신 불만이 있는기라.
얼라들이 어렸을 적에는 여기저기서 돈 벌러 오라는데도 많더마는 인자 힘없고 얼굴에 핏기 없어진께네 오라는데도 없네그랴.
능력이 있는데도 형편따라 접고 살면, 자존심도 안 다치겠구만, 능력도 없으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내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거 같아 그것 또한 지레 스트레스다.
친구랑 헤어져 버스정류장에 서서 쇼윈도우에 비친 마흔 세살의 후즐그레한 중년여인을 본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탠 나의 현실이고 우울함이다.
객관적으로 눈 씻고 봐도 주방아줌마로 취직하면 딱이구나 싶어 때마침 식당 현관에 붙여진
*** [아줌마 구함] *** 에 절로 눈이 간다.
순간적 오기 발동.
그래! 내 손에 구정물 묻혀서라도 돈이라 카는 것 한 번 벌어볼끼구만.
문 찌익 밀고 안 들어갔나베.
- 어서 오이소.
- 저. 아줌마 구한다면서요?
한 ~ 참 얼굴 한 번 쳐다 보고
아래 위 한 번 훓어보고 의미있는 웃음
씨~익 웃는데
허 참, 그 웃음 한번 묘하고 능글맞다.
- 싸웠능교?
- 왜요?
- 집에 가서 한번 더 생각해보슈?
아니?!
되면 된다 안되면 안된다 할 것이지.
일을 못하게 생겼으면 그렇다.
일을 안 할 여편네같아 보이면 그렇다.
그렇게 말할 것이지.
지랄도..
안 그래도 속 디비지는 날이구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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