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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사랑의 고백-신앙

컴플렉스-인생에는 언제나 숨은 복병이 있다

by Happy Plus-ing 200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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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렉스-인생에는 언제나 숨은 복병이 있다

 

 

 

 

 

응급실에서...

친정아버지가 기어이 목요일 낮에 응급행을 하셨고 이른 밤 무렵에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호흡기계통의 지병이셨기 때문에 화급을 다투는 일이었음에도 엄마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하여 허둥대기만 하고 119가 생각이 나지않아 우리집에만 자꾸 다이얼을 돌렸다는데 마침 나도 합창단에 가 있었고...울 신랑이 맏사위 노릇을 제대로 했나봅니다. 채혈하고 사진찍고 검사결과보고.. 그러느라 가뜩이나 아픈 사람 초주검을 만들어 놓았고 엄마와 막내는 아예 초상집처럼 노골적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웁니다.  앞으로는 자주 이런 일이 있을 것을 각오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엄마에게 꼼꼼히 일러주는 사위는 꼭 의사선생님 같습니다.

 

응급실 풍경은 언제나 전쟁통같이 일사분란하고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실려들어오는 바람에 다른 환자들은 상대적 위안을 얻으며 숨죽여 피투성이의 환자를 지켜봅니다. 그의 이름은 그저 '40대의 남자' 입니다.

의식없이, 준비없이, 이름없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쯤 되는 여자아이. 남동생이 타는 자전거 뒤에 앉아 같이 타다가 엉덩방아 찧으며 떨어졌다는데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뾰족한 그 무언가에 엉덩이를 찔려서 하필이면 자궁부분에 손상을 입었답니다.  그 얘기를 아이가 듣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우는 엄마. 현대 의술이 좋으니 제발 고쳐주세요 선생님!

맞벌이 선생님이 출산휴가 후에 갓난아이를 아이돌보는 가정에 잠시 맡긴 적이 있었는데 얼마쯤의 시간이 지난 후에 아이에게 척추이상이 왔습니다. 아이를 돌보아 주던 이가 아이를 떨어뜨렸던지 아니면 아이가 놀다가 어디 부딪혔든지.. 그것도 아니면 집에서 그랬었던지 하여간에 분명히 원인이 있었을텐데 다쳤을 당시에 누군가가 알리지않고 덮어둔 것이 화근이 되었지 않을까 진단받은 부모는 지금 절망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아이가 곱추가 될지도 모른다는 확률 앞에 무너지는 마음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집이 가난하여 입 하나 덜어내려고 부잣집에 애기보러 들어가는 아이들에 의해 이런 사고가 빈번했다지요. 힘에 부쳐서.. 아이를 돌려 업다가 떨어뜨린다든지..그런 비슷한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생에는 언제나 숨은 복병이 있습니다. 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을 꿈꿉니다. 그러나 아무도 행복한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나도 결혼행진곡에 발 맞추어 건장하신 아버지손에 이끌려 하나님이 정해주신 배필과 새출발을 했었고 잘 ^^ 살아내고? 있습니다. 사랑은 희생을 각오해야 온전해 진다는 주변사람들의 충고는 20년 세월이 훌쩍 지나고서야 그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감을 잡습니다. 행복도,  고통도, 불행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혼 전에 데이트 할 때 남편은 골목에 애기들이 올망졸망 놀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습니다. 짖궂게 아이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안았다 내려놓고 엄마들이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형수가 결혼하여 5년만에 조카를 낳았다는데 정말 끔찍하게 내리사랑을 하더군요. 그때 언뜻 - 아이고 이런 사람이 자기 자식이 없으면 어찌 살꼬- 싶었는데 그런 생각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나는 참으로 건강하였고 결혼 전에 직장과 집과 교회만 오고 간 참한? 규수였으며 청교도적인 삶을 살았던 무한히 보수적인 여자였습니다. 결혼하면 아이도 저절로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 어른들에게 듣던 대로 얼마간의 고통을 치른 후에 떡 두꺼비같은 아들 딸 쑥쑥 낳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두 번씩이나 태중의 아이를 쏟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판명을 듣고서 당사자인 내가 받은 충격을 추스릴 새도 없이 남편의 냉담한 시선을 받아 낼 자신이 없어서 딱 죽고 싶었던 시절은 내게 공포이자 끔찍한 기억입니다.
학생신랑 아침밥상 차려놓고나면 출근시간이 임박하여 아침마다 뛰어오르던 구로공단 전철역의 계단은 얼마나 가파르고 길든지...열차안의 답답한 공기에 질식할 것 같더니 정신을 놓았다 깨어난 역무원 휴게실. 

그 밤에.. 그 응급실에서 출산하는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겪으면서 생면부지의 생명을 버리고도 며칠 조리는 커녕 마음고생 감추느라 오히려 당당하게 걸었던 날들. 친정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한 결과 나팔관 이상... 한 쪽이 기형이라 임신할 확률이 적다는 것 남들보다 허약체질이라 임신을 하더라도 출산까지는 힘겨운 과정을 겪어야한다는 것.....

 

내 인생의 복병

여자로서 생산의 기능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치명적인 일일까? 하고많은 사람들중에 왜 하필이면 나일까?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다고 이런 벌을 받아야 할까? 그런 생각들보다는 그저 넋놓고 아무 생각없이 없으면 없는대로 살지 내 복이 요기까지라면 당하고 말지.. 그렇게 포기하고 싶었어요.  아직 하나님의 섭리라든지 그 분의 뜻이라든지 하는 투철한 신앙관이 없어서였을까요. 난 기도하지 않았어요. 그냥 억울했거든요. 남편은 계속 내 곁을 겉돌고 함께 있어도 혼자 움켜쥔 시간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대신에 열심히 직장을 다녔으며 아침 저녁 될 수 있는대로 얼굴 부딪히지 않을려고 일부러 일거리를 찾아 만들어 늦게 귀가했어요. 남들은 피임하네 안하네, 낳고 안낳고의 선택권이 주어졌지만 내게는 아예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은 불가능의 벽이 가로막혀졌을 때 사랑 신뢰 우정 따뜻한 관계... 이런 건 한 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모래성이던걸요.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줄 꿈이나 꾸었겠어요?

 

한나의 눈물

친정 엄마가 나 대신 한나가 되어주었습니다. 성경 속의 한나가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하고 남편의 다른 부인에게서 조롱과 멸시를 당하자 '당신의 열 아들보다 내가 그대에게 낫지 않느냐 -!' 고 하는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번민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봅니다. 한나가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서원하여 가로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생각하시고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사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구약/사무엘상 1 : 11)

한나는 끝까지 좌절하지 아니했고 한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녀의 컴플렉스를 극복하였습니다. 죄 때문이 아니라 더 기도하며 더 매달리도록 하시려는 당신의 섭리였음을 엄마가 한나가 되어 눈물의 제단을 쌓은 후 내 몸에서 응답이 이루어졌을 때 그제서야 나도 무너져내려 앉았습니다.

기도의 응답으로 주신 태의 열매를 볼 때마다 나의 힘과 능력이 아니고 당신의 능력임을 고백하게 하시려는 당신의 욕심앞에 오늘도 무릎꿇습니다. 
기도의 응답으로 얻은 저 아이들의 장래도 주님이 책임지고 지켜주실 것을 믿습니다. 아멘!
2003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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