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불효의 종교입니까?
추석때 성묘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일찌감치 깨끗하게 이발(벌초)해 드린 산소엔 그단새 새풀들이 돋아나 있지는 않던가요?
이번 태풍과 홍수에 조상들 모신 자리가 난리를 겪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한식이나 추석등이 다가오면 벌초때문에 신경들이 쓰입니다. 해마다 집안 어르신들이 벌초하러 서울에서 승합차로 조카님들을 대동하고 내려와 토요일 주일 이틀에 걸쳐서 산소마다 다니시며 벌초를 하고 가셨는데요.
그런 집안 행사에 어른들이 종가집 장손인 아주버님댁과 우리집이 참석하기를 소원하시는데 주일에 목사 장로가 교회를 비워두고 벌초하러 간다는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어서 몇 해전부터는 주중에 두 형제분이 하루 날을 잡아 시골에 벌초하러 가겠다고 약속하곤 그 이후론 누구든지 시간나는대로 하곤 했는데요.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 차일피일 미루다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그럴 때면 틀림없이 듣지는 못해도 배은망덕 호로노무 쉐끼들.. 그러실 것 같아요.
올해가 그런 해였습니다. 8월 한달은 계속 여름행사로 바빴었고 원래 명절이라고 특별히 거하게 지내지는 않는 분위기여서 8월달 달력을 찢으며 그제사 아... 추석..했을 때는 이미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내일내일 하던것이 고만 주말이 되어버렸고.. 작은아버님께서 주말에 전화를 하셨을 때는 추석이 코앞인지라 전전긍긍하며 전화를 받았다 합니다.
전화를 끊고.. 끄응.. 하는 아주버님앞에서 제가 뭐라고 그랬게요. 올해는 추석때 머리를 깍지 말고 묶고 계시면 안되는가요? 그랬다가 내 스스로 머쓱했었는데.. 그 말이 우스웠던지 추석때 시누들 식구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제가 한 말을 하고 또 하고 그러시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한 얘기였는데.. 버르장머리없는 며느리같으니라구..하지 않고 웃고 넘어가주니 걍 고마웠지요.
내년부터 우리집에 오지 마세요
친정에 작은아버지 기일이 그저께였습니다. 작은 어머니는 교회는 다니시지만 신앙은 없는 분이에요.
친정모친이 오랜 세월동안 믿지 않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전도를 하셔서인지 작은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려 돌아가시기 얼마전에 주님을 영접했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는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고 주님곁으로 가셨습니다.
교회에서 치러주는 장례식에 참석해 보셨나요? 특히 초신자들이 생을 마감했을 때 교회교우들의 그 지극정성의 장례의식 참여에 감동하는 불신자들이 참 많답니다. 그 일로 인해 교회를 다시 인식하고 더 나아가 교회에 다니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장례식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형버스 한 대 가득 성도들이 동원이 되었고 그 교회 여성도들이 마련한 뜨끈뜨끈한 소고기국과 맛깔스런 음식들은 정말 감탄할만 했었습니다. 마지막 절차까지 다 마치고 고맙다는 례를 하고 헤어져 작은 집으로 식구들이 모였는데 그 때 작은 엄마가 작은 아버지의 영정을 상에 세워놓고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고..
제사상처럼 차리는거에요.
이제 교회식은 끝났으니 자기식으로 하겠다구요.
남편의 시신을 묻고 돌아온 그 허전함을 그렇게라도 달래려나보다.. 했었습니다.
그 이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신앙이 좋은 며느리와 어설픈 신자 시어머니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제사형식으로 지내지 말고 큰집 식구들과 교회 어른 몇 분을 초대해서 그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추모예배를 드리자 하고.. 작은 엄마는 옛날에 제삿상에 올리던 것처럼 그렇게 禮를 갖춘 상차림을 하라고 하고..
지금 5년째인데 그래도 사촌올케는 시어머니의 뜻을 거스리지 않고 비슷하게나마 상을 차리고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절충을 하면서 잘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올케가 올해부터는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절대로 제삿상처럼 차리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더랍니다. 설마설마 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 그저께 제삿날에 갔었는데 빨갛고 노랗고.. 편찮으신 큰아버지(우리 아버지)를 위해서 싱싱한 횟거리에 그 비싼 야채들에 푸짐한 갈비를 잔칫상처럼 차려놓아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요리솜씨가 얼마나 야무진지 보통이 아닙니다.
결론은 우리 작은 엄마가 시숙인 우리 아버지보고
- 아지벰.. 인자 내년부터 우리집에 오지 마이소 -
- 이기 뭡미껴 귀신이 와서 우째 묵으라꼬... -
- @@ -
시어머니를 이기려 작심한 우리 올케..
분명 효부는 아니지요?
가족간에 신앙이 다르면
당신은 크리스챤이고 가족들은 아니어서 제사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불신결혼은 분명히 금하셨는데 사랑에 눈이 멀어 담대히 회심시키겠노라고 호언장담하면서 호랑이굴로 들어갔던 그 용기는 아직도 남아 있나요? 불신결혼, 불신남편이 십자가가 아닌 줄은 알고 계시지요? 불순종의 결과로 인해 겪는 고초를 혹시 내 몫에 태인 십자가라 하면서 울고 있지는 않나요?
저도 어릴 때부터 친정아버지가 장남이셔서 제사를 모시는 것을 보면서 자랐는데요 몇 년전까지..
자정이 다가오면 마당에 걸린 빨랫줄을 걷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돌아가신 할매가 잿밥 자시러 오시다 그 줄에 걸리실까봐...
제사를 접고 예배를 드리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추석을 전후해서 교우들의 가정에도 적지않게 제사문제로 시끄러웠던 것 같아요.
믿든지 아니믿든지 돌아가신 후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것 보다 살아계실제 마음을 다하고 성심을 다하여 잘 섬기는 것이 진정한 효자효부가 아닐지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나 역시 연로하신 어머님 그리고 친정부모님께 효성스러운 자식이 못되기 때문입니다.
효부되기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는 부모를 잘 모시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섬기는 한 방법입니다.
뱀같이 지혜롭게...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명절 뒤끝에 써놓고 칼럼에 올리기엔 또 망설였던 글이었습니다.
평안하소서!(샬롬^^)
200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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