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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우리집 가보

by Happy Plus-ing 2003.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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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가보

 

일기 숙제

** 년 10월 10일 월요일 { 맑음 }

오늘은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친구 1

친구 2

친구 3 . . .

친구 11

오늘 참 재미있었다.

 

** 년 10월 11일 화요일 { 흐린 뒤 맑음 }

오늘은 친구들과 농구를 했다.

친구 1

친구 2

친구 3 . . .

오늘 정말 재미있었다. 내일은 야구를 해야지 ! ? ...

 

사람을 찾습니다 1993년도였던가 서울금옥초등학교 2학년2반에 다녔던 딸래미의 친구 李 某君을 찾습니다.
위의 희안한 일기를 쓴 장본인이지요. 왜 찾느냐구요? 사위삼고 싶어서요. ㅎㅎ 얼마나 일기숙제가 하기 싫었으면 ....
.
.


첫째 날의 일기는 그런대로 재치있다싶어 선생님이 그냥 봐 넘겼다네요.
그런데 둘째 날 일기는.. 어라?? 싶어도 애교로 또 그냥 봐주고 셋째 날은 도저히 그냥 넘길수가 없어서 회초리를 들고야 말았다는 우습고도 슬픈 얘기.. 축구멤버대로 친구1,2,3... ㅎㅎ 한페이지 너끈히 채울 수 있으니 기발한 생각. 이쁘잖아요.
흔치 않은 아이. 고 놈.. 요즘은 어느학교에서 또 농땡이를 치며 어떤 쌤 속 썩히고 있을지 ㅎㅎ 아니다 늦게 철들어 늦게 시작한 공부에 맛들여 성공?한 아이들도 많으니까.. 어른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되겠네요.

 

우리집 가보

일기쓰기 싫어하는 아이들 많아요. 특히 남자애들은 일기숙제앞에 가위눌릴 지경일거에요. 그래도 작문실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잖아요. 쌤^^ 들 말씀이.. 그런데 문제는 일기를 숙제로 써서 선생님께 확인도장을 받아야 하니 난한 난감한 일이어서 사생활이 전혀 보장이 안되었던 우리 딸래미의 일기이야기입니다.
누가 내 딸 아니랄까봐.. 일기를 쓰고나면 1차 검열을 항상 해야 했어요.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 우리집 모습 식구들 말... 그대로 표현이 되더군요 우리 아이는 검열에 걸려 내가 다시 다른 소재로 쓰라고 하면 싫다고 하고 그럼 나는 막 화를 내고.. 아이가 초등학교때 참 많이 다퉜네요.

쓸 꺼리가 없다고 맨날 투덜대는 아들하곤 달리 얘는 무슨 쓸 말이 그리도 많은지 일기장 한페이지가 모자랄 때가 있어요. 다른 연습공책을 반 잘라 풀칠해서 붙이곤 그 밑으로 주욱 쓰고 돌돌 접어올려 두루마리 일기장을 만들곤 했어요.
시시콜콜.. 따옴표 찍어가며 대화내용조차 그대로 다 쓰거든요. 정말 쓸 꺼리가 없는 날은 행간격 띄워가며 어설픈 자작시라도 지어 올리더라구요.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5,6년동안 쓴 일기공책을 날짜순서대로 맞추고 아는 인쇄소에 가서 전 4 권으로 가편집해두었습니다. 얼마나 두꺼운지.. 하룻밤 묵어가시는 손님이 오시면 의례껏 눈요깃꺼리로 등장하는 일기장.  처음에는 읽히는 걸 싫어하더니 모두들 한 권씩 잡고 배를 잡고 뒤집어지며 즐겁게 읽으니 요즘은 은근히 뿌-듯해하는 표정.

 


책으로 펴내도 좋겠다싶어요 언제 기회되면.


어느 날 친정에 일이 있어 아이들과 서울에서 대구까지 비행기로 왕복한 날은 처음 비행기 탄 날이라고 신나게 적은 후
좌석티켓을 엄마것, 내 것 이라고 쓰고 붙여놓았구요. 삼풍백화점 무너진 날은 엄마아빠가 방금 전에 그 옆을 스쳐 지나왔다는데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는 얘기, 성수대교 무너진 날 옥수동 옥탑방에서 내려다본 안개자욱했던 한강. 그 위를 잠자리처럼 맴돌던 헬리콥터들..

부산에서 전학온지 한달만에 서울말 완벽하게 재현해내어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엄마의 사투리를 듣기전까지 아무도 부산에서 이사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깜찍한 아이. 전천후.. 우리 딸. 전국을 돌아다녔던 부모땜에 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아이들과 부대끼며 제자리찾기에 성공하던 아이.
전학온지 얼마 안된 비 오던 어느 날 학교정문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는데 다른 친구들은 하나 둘 엄마손 잡고 집으로가고
기다려도기다려도 엄마는 보이질 않고 문방구 아저씨에게 라면박스 하나 얻어 뒤집어쓰고 집에 왔던 날의 엄마미워..했던 얘기 지금은 우리모두 배꼽잡고 웃는 그런 에피소드들..

엄마아빠가 누나의 일기를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이고 우리집 가보.. 운운하니까 아들이 자기의 일기책도 묶어달라면서
가지고 왔는데 꼴랑 몇 권 되지도 않는데 글씨도 너무나 크게 썼는데 그걸 묶으래요.
묶으라니 묶는다마는.. ^^

200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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