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토요일 늦은 시간 ! 기말고사를 치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방통대학생임) 생각보다 시험은 어려웠고 공부는 안했어도 은근히 얕잡아보았던 내 오만함에 아랫입술 잘근잘근 씹으며 자책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잠시, 집 생각은 잊고 있었더랬습니다. 괜스레 속상하고 머리속은 복잡한데 잠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이들의 저녁끼니가 생각이 나고 하루종일 두서없이 바빠 시험시간이 임박해서야 도착할 정도였기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속쓰림이 그제사 느껴졌습니다.
딸래미가 입이 주먹만큼 나와 있음이 눈에 선한^^ 목소리로 어디냐고 묻습니다. 차 안이라고 대답했더니 왜 아직이냐는 듯 시큰둥합니다. 왜 그러냐고 내가 물었습니다. 그냥~~ 이라고 답합니다.
새끼들 배고프겠다고 젖이 불면서 신호를 보내오는데도 잠깐동안 에미마음은 외출 중이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아부거리들을 사들고 서둘러 도착했지만 그 잠시잠깐동안의 엄마의 빈자리를 탓하는지 별로 말이 없고 나를 위한다는 것, 아주 작은 이것 하나조차도 싶어... 서둘러온 보람도 없어 돌아앉아 쓸쓸해집니다.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불과 몇 시간전에 휴게실 자판기앞에서 커피 한잔씩 뽑아들고 왕언니랑 다른 학우들이 다음학기 등록할거냐 말거냐를 얘기할 때에 학점에 상관없이 공부가 재밌으니 그냥 2학기에도 등록해서 우리 이렇게 가끔 만나면서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친구되어^^ 갑시다...했고 모두 바쁜 사람들이니까 뭐 시내 어디서 만나네 누구네 집에서 스타디하네 해가면서
우루루 몰려다니지 말고 이렇게 시험치는 날, 수업이 있는 날, 특강이 있는 날만이라도 만나면 반갑고 인생 선후배로 언니동생하며 늙어갑시다...해가며 의지를 굳혔었는데, 새록새록 새 생활에 발돋움하려는 마음 그득했었는데, 비록 시험은 망쳤지만..
나도 토라져서 별 말이 없고 썰렁하게 가라앉은 우리집.
바닥에 앉아 교과서랑 시험지랑 펼쳐놓고 이것저것 맞춰보다 자야겠다 주일을 위해서...싶어 걸레질을 하는데 걸레가 별로 더러워지지 않네요.
어라? 그러고보니 밥은 챙겨 먹었다는데 아까보니 싱크대도 깨끗했었어요. 그러고보니 비 올까봐 방에다 널어두었던 빨래도 눈에 뵈지 않아요. 어쭈구리? 내 빨래는 얌전히 개켜져서 문갑위 한쪽에 쌓여있고 즈이들것은 즈이들 서랍으로 가지고 갔나봐요. 아.. 이제사 이 둔팅이엄마! 딸래미가 왜 울적한지 싸인이 오는 거에요. 시~~~상 만상에!
엄마가 오면 기쁘게 해주고 편하게 해줄려고 딴에는 열심히열심히 쓸고 닦고, 동생밥 챙겨먹이고 그러는내내 엄마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한껏 행복했을 우리 딸.. 기다리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기대했던 행복감도 맥없이 무너지고
전화를 했을 때에는 이미 그 기다림에 지쳤다는 신호였는데 이 둔팅이엄마는 그것도 하나 눈치도 못채고 그래서 섭섭하고 삐진거였어요. 난 언제 철들고 믿음직한 엄마가 될까 몰라요. 한 십분은 겨드랑이 간지르며 없는 애교를 떨었지요 뭐.
손들고 벌서야 해요.
신실한 사람
웃을 일 아니고 바로 나의 모습이었어요. 내가 내 이름에 걸맞게 이런이런 일들을 해야 하고 봉사하고 착한 일하고 기도하고 또 무얼하고... 그래놓고는 가만히보면 누가 알아주고 기뻐해주고 칭찬해주고 그러길 은근히 바라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겉으론 웃고있어도 속은 안 편하잖아요.
원래 신실하고 참된 일꾼은 누가 보든지 아니보든지 누가 칭찬하든지 아니하든지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충심으로 일하는 자라야 주인에게 인정받는 일꾼이지요. 하지만 진짜진짜 테레사수녀님같은 분이 아니고야 말이 쉽지 그게 되나요.
우리가 잘 아는 성경속의 달란트비유 아시지요.
주인이 먼 길을 떠나는데 종들을 불러 자기소유를 맡기면서 각각 그 재능대로 다섯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는데 다섯과 두 달란트 받은 종은 열심히 장사하여 각기 받은 것의 배(倍)를 남겼지만 한 달란트 받은 종은 원금마저 까먹을까봐 땅을 파고 그 주인의 돈을 감추어 두었더니... 나중에 주인이 와서 회계(셈)할 때에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 하며 한 달란트마저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자에게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유를 맡기고 떠났을 때에는 그걸 간직하라는 뜻이 아니고 자기가 비우고 없을 때에라도 열심히 일할 것을 종의 본분을 다할 것을 강조한 말씀이었어요. 그냥 맡긴 것이 아니라 테스트해 보고 그 종들앞으로 완전히 소유이전을 시켜주더군요.
어떤 부잣집 주인이 명절을 앞두고 자기집에 부리는 종들을 모아놓고 이제 너희들을 종의 신분에서 풀어주겠다 하면서 마지막으로 오늘 하룻밤동안에 너희들이 할 수있는 만큼 새끼 줄을 꼬아놓고 가라고 했어요. 어떤 이는 대충대충 굵고 어설프게 투덜대며 마지막까지 부려먹는다하며 꼬았고, 어떤 이는 가늘고 튼실하게 많이 꼬았는데 이튿날 아침에 주인이 엽전을 방바닥에 수북이 내려놓으며 자기가 꼰 새끼줄로 엮어갈 수 있는 만큼 엽전을 가지고 가라고 했다하니..
대충대충 굵게 꼬았던 그 종은 얼마나 원통절통했을까요. ㅠ.ㅠ
어릴 때 들은 얘기 중에 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강물을 건너 산위에 있는 목적지까지 오라 하시면서 손에 들고 올 수 있는 돌을 하나씩 가지고 오라고 하셨대요. 어떤 이는 손에 쥘 수 있는 가벼운 돌 하나 가지고 산에 올랐고 어떤 이는 무겁고 큰 돌을 가슴으로 안아 낑낑대면서 올라갔었는데요. 예수님이 모두 가지고 온 돌들을 본인들 앞에다 두게하고 축사하신 후 그 돌들로 떡이 되게 하셨다던가? 금덩이가 되게 하셨다던가? 하여간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들었던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누가 보든지 아니보든지, 누가 알아주든지 아니알아주든지, 무슨 일을 하든 충심으로 하면 내게 복이 되리란 말씀.
요 말을 하고 싶어서 서두가 길었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전해졌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평안하십시오. 샬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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