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빼빼로데이

by Happy Plus-ing 2003. 11. 12.
728x90

빼빼로데이

 

 

 

 

728x90

 

오늘이 그날이 Day데이! 뭔 날?
무식하기는 @.@ 오늘이 숫자 1 이 4개 연속으로 이어지는 빼빼로데이라 안카나.
몰라 우리 사 뭔 날이 라카마 빨갱이 쳐들어온 날인줄로나 알까 무신 딴 날이 있겠니.
달력에 없는 날이 그날 밖에 더 있나. 맞Day 괜히 심란스러운 날이었Day!!

며칠 전부터 심란스러웠다. 한 열흘 전 즈음서부터 아들놈의 친구 두엇이 들락날락하는 게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는데 알고 보았더니 책상밑에 처음 보는 큼직한 상자 두 개가,
그것도 유치 찬란한 알록달록한 박스가 있는데 그 안에 빼빼로와 그와 비슷한 과자들이 몇 개나 들어 있었다.
달력을 보니 요즘 아이들이 매달 무슨 날 무슨 날 하던 것들 중에 며칠만 있으면 11월 11일이었다.
그래서 이놈들이 여자아이들에게 빼빼로선물을 하려는구나 싶어 그냥 아는 척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날로부터 친구 두 놈이 교대로 들락거리며 하루에 두 어개씩 사다 나르는데 참으로 종류도 다양하였다.
매일 용돈을 받으면 그 돈을 안 쓰고 빼빼로를 사다 모으는 중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두 개의 박스 중에 하나는 울 아들놈 것 같아서 누구에게 줄 건지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펄쩍 뛰면서 무슨 소리냐고 엄마가 언제 용돈 주었냐면서 속상해하는 눈치다. 아이고야..

정말로 아니라면 그것도 솔직히 좀 찜찜하대.  학교생활도 사회생활인데. 원래 남들 다 하는 거 안 하거나 못하면 그 세계에선 병신 되는 곳이 불을 보듯 뻔한데... 다른 아이들끼리 서로서로 주거니 받거니 할 때 멀뚱히 앉아 받을 것도 줄 것도 없으면 얼마나 창피할 일이랴 싶어 너도 박스하나 사 와서 채워봐라  줄 사람도 생각해 보고.. 했더니 자긴 되었다고 안 할 거라고 분명히 그랬겠다.

그저께 토요일 오후.. 친구들의 것이라고 하는 두 박스가 슬슬 아구가 차기 시작하는 즈음에 왠지 불안함을 느꼈던지
시내에 뭣 좀 사러 가야겠다며 돈을 좀 달라고 하대.  내가 뱉은 말도 있고 해서 얼마면 되냐고 물으면서 지갑을 여니 달랑 오천 원 있네.
- 이거면 되겠나? - 하며 꺼내는 내 손도 좀 부끄럽긴 한데 정말로 난감해하면서
- 통도 못 사겠네 - 한다. 이런 ^^

그러고 보니 친구들의 박스를 열어 계산기를 들고 빼빼로와 그의 사촌들을 한 개 한개 꺼내며 두들겨보니..
참말로 장난이 아니다.  함께 사러 간다고 현관 앞에 서서 기다리는 친구 아무개 놈은 즈이 엄마에게서 3만 원을 받아나왔다는데 5천원을 내미는 에미나 받는 아들이나 친구앞에서 체면 구겨지는 소리가 와지끈 우장창이다. 도무지 없는 3만원을 만들어낼 재주도 없을뿐더러 있어도 못 주겠다 나는.
안돼. 시내 나가서 이걸로 뭘 사 먹고 놀다가 오너라.. 하고 뭉칫돈 5천 원을 더 얹어주었는데 나가는 뒤통수에 골이 한 박 재기나 났대. ♬ 오늘이 바로 그날이 Day데이!

드디어 오늘 빼빼로-Day! 아침에 학교 가는데 정말 빈 손이다. 공연히 내가 미안하여 학교 가기 싫겠구나 싶었다.
시류에 편승하니 어쩌니 잘난 척하지 말고 남들 다 하는 거 그냥 적당하게 챙겨 만들게 내버려둘 걸 그랬나 싶은 게 그냥 자꾸 신경 쓰이고 속상타.  아들눈치까지 보고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ㅎㅎㅎㅎㅎ 이렇게 웃는 이유는... 하나도 못 주었으니 하나도 못 받아와야 당연한데 학교 파하고 돌아오는 아들의 품에, 손에 그득~~~~~~한 빼/빼/로.
마냥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네. 빼빼로로 아주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어 내 아들에게 선물한 여자 아이..
고 녀석 안 봐도 이쁠 거라..  함 보자 집에 언제 데리고 오너라..
- 츠암~~~~~나 엄마!
요 맴이 아들 가진 에미의 심뽀란 것이겠지?
내 딸이 어떤 골 빈 넘에게 이만큼 선물했다카마 내 그냥 놔뚜나, 고마쎄리. ^^

뭐 재미난 일도 없는 세상에 이런 날이라도 있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먹고 웃으면 활력이 될 것은 분명한데.. 상술에 휘말려 모두들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장난 삼아 과하지 않게 몇 개씩 주고받으며 누가 더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서 받았는지 인간성이 좋네 나쁘네 하면서 한 번 웃고 말 일이었는데 이젠 못 받으면 엄청 속상할 것 같으니 세상 돌아가는 폼이 아주 볼 만하다. 크기로 보나 겉치장으로 보나 이건 숫제 부모 등골 빼먹을 정도로 너무 과하니 이젠 없는 집 아이들은 무슨무슨 날이 부담스럽고 친구관계에서도 위축이 되는 이상기류가 흐를 듯싶다.

누군가를 위해 과자를 사고 포장을 하고 카드를 쓰고...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
을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날,

주고 돌아섰을 때의 그 뿌듯한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딱 적정선에서 선물하고 받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20031111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