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이 사는 법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그대없는 세상에 혼자 남은 외로움과 서러움이야 말해 무엇하랴마는 꼬부라진 허리 펴가며 시원찮은 손아구 힘일망정 익숙한 정으로 다둑다둑 시중들던 할멈보다야 마음이사 백번 불편하겠지만 시설도 양호하고 의료진도 갖추어져 있는 제2의 안식처를 찾는 방법도 있고 하다못해 서로 의지하고 등 긁어줄 새 할머니를 만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노력도 해보지 않고 얼마남지도 않았을 삶을 일부러 단축시켜 세간에 오르내리게 되었을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어찌해도 산다는데 자식들 이름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식들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을까 궁금하다.
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돌아서 이내 시름시름 앓다가 뒤따라 죽는 이들도 가끔 보는데 그럴 때 우리는 천상(생) 배필이었구나 하며 부러워하고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일부러 따라 죽는것은 왠지 독하고 무섭다. 견디기 힘들꺼라는 생각에 미리 포기했을까 우정같은 신의였을까 하여튼 그 할아버지의 삶이 궁금하다.
두 노인네의 사랑하며 살았던 인생이야기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는 눈물보따리가...
사 별 후 에..
매주 화요일 사모님들과의 모임! 일흔이 넘은 분도 계시고 대체로 오륙십대의 늙수그레한 여성들이 모여 같은 길을 가는 동류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모임이다. 그 분들과는 많게는 30년 세월만큼의 거리가 놓여있지만 거의 세대차를 못 느낄만큼 동화되어 잘 놀다 온다.
이 그룹에 합승한지 이제 10개월여. 모임 초기에 얼굴도 모르는 어느 사모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실제로 보지 않아 근거는 없지만 돌아가신 분이 그렇게 예뻤었다는데.. 할머니들은 대충 봐줄만하면 예쁘다라고 표현을 잘 하니까 오죽하면 나를 보고도 이뻐 못 사는 걸 보면 알 만하다. ㅎㅎ 두 분 금슬이 얼마나 좋았는지 어디든 어느곳이든 내외가 손 잡고 다닐만큼 뭇 부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단다. 마지막 돌아가실 무렵에는 살이 너무나 많이 빠지고 초췌해진 얼굴 보이기 싫다며 병문안도 못 오게 할 만큼 깔끔하고 단아한 분이었다는데...
결론은 그 아내의 빈소에서 목놓아 울던 그 ** 님이 이번 달에 새 장가 든다는 소식에 흥분하여 침 튀기는 설전이 벌어졌다. 이제 딱 6개월에서 3일이 지났다는데 죽은 사람만 섧지 ... 했다가, 뭐.. 천국에서 안 아프고 편코 좋지 했다가 설왕설래 시끄러웠던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
봉고트럭에서 한사람씩 내리며 헤어질 때마다 서로 주고받는 인사 -- ' 자기도 죽을 때까지 열심히 숨쉬어..' ^^ 영감쟁이 새 장가들어 재미나게 사는 꼬라지를 배아파 우째 보노... 라는 뜻인가. 하.기.사 ^^ 나이 70에 처녀장가드는 할배도 있긴 있더라. 웃자고 한 소리겠지만 뒷맛이 개운찮다.
상처한 남자 혼자서 사는 거 결코 쉽지 않지. 주변인물들로 하여금 시험들게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본인이 금욕하느라 애쓰며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보단 일단 심적 육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해야 교회도 성심껏 보살필 수 있지 않을까.. 이혼을 했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상처를 했다면 재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찍 죽는 것도 늦게 죽는 것도 제 복이고, 일찍 죽는다 해서 억울할 게 뭐 있겠냐. 두 번 세 번 장가드는게 복인지 화인지 그거야 살아보지 않고서는 결단코 모를 일이고 그렇다해도 뭐그리 좋기만 할까. 낯설지 모든게.
나이들수록 물건이든 사람이든 익숙하고 편한게 제일이던데. 그건 그렇고 알콩달콩 폼나게 잘 살던 부부들이 사별하면 못 견딘다는 소릴 들었다. 지지리도 복이 없어 자나 깨나 쪽박깨며 살다가 사별한 부부보다 훨씬 재혼률이 높다는데그도 그럴것이 남자(여자)라면 신물이 올라오고 코에 냄새가 난다 할 정도로 결혼생활이 별 볼일 없었던 커플이었으면 한동안 아니면 오랫동안 혼자서도 자유롭게 훨훨 잘 살 수 있는데 비해 금슬좋고 재미있게 살던 부부가 사별하고 나면 밤이 무섭고 허전하고 외로워 못 산댄다.
죽은 남편 생각때문에 결국 이사까지 해야 했던 여성도가 있었는데 신앙이 없었으면 어떻게 견뎠을까요~~~ 하는데 설마? 했는데 아직 혼자가 안돼 봐서 이해가 안된다 아니 못한다. 그러니 결론은 배신이 아니고 허전함을 채우느라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 ** 님의 재혼 상대녀가 부인이 살았을제 늘 주변에서 가깝게 지내던 이였었다는데에 불길한 분노가 일면서 시기적으로도 너무나 이르고 자녀들과 성도들을 설득하는 단계도 없이 막무가내 우격다짐 돌진 앞으로의 사랑방식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는 중론이었다.
죽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분명히 아닐진대, 결단코 아닐터인데 아내가 암과 사투를 벌였던 그 몇 달동안에 도대체 서로간에 무슨 교감이 오고 간게야? 남의 일에 공연히 괘씸하니 오늘 모임에선 건진 게 없다. 내 곁에서 내 남편곁에서 내 가족 근처에서 지금 입의 혀같이 달콤하게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경계하고 조심하자.
뒷통수 까일라.
200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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