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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걷기
지난여름
몰아치던 비바람도 잦아들고
고향을 등지고 떠나 버린
봉수네 달밝골 천수답에도
섭이네 손바닥만 한 깨밭에도
자박자박 가을은 찾아들고
어머니의 약손 같은 달빛에
설움조차 졸리운
가을이 왔습니다.
달디단 잠에서 깨어난 아침
뽀드득 눈 비비며
품 안 가득히
황금색 물결 넘실대는
가을들판이 흐뭇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뜨거운 태양 아래서만
곡식들이 영그는 줄 알지요.
맑고 은은한 달빛 아래서도
벼가 영근다는 사실은 잘 모른답니다.
옛 어른들은
달빛 밝은 달밝골 전답에서 나는 햅쌀을
더 귀한 상품(上品)으로 여겼다 하지요.
넉넉한 엄마품같이
은은한 달빛같이
그렇게 가을이 왔습니다.
2011.05 c.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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