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관한 시(詩), 시를 잊은 그대에게
어디서 무엇이 되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별과 내가 서로 마주본다는 것, 이것은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가?
우리 은하계에는 천억 개의 별이, 그리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천억 개 정도 있단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수십억 인구 가운데 하나인 나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억겁의 시간 가운데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이미 오래전 티끌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그 별과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고 있는 것이다. 허나 그렇게 소중한 만남과 관계건만 그 또한 시간의 힘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저녁별은 밤이 되면 사라지고 나 또한 그럴 운명이다.
=정재찬-시를 잊은 그대에게=
별이 지면 꿈도 지고
슬픔만 남아요
창가에 지는 별들의 미소
잊을 수가 없어요.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들은 밤같이 까만 눈동자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아침이슬 내릴 때까지.
= 윤형주 작사 번안곡,<두 개의 작은 별>=
이 곡은 윤형주와 송창식이 결성한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가 네덜란드 출신 소년 가수 하인체(Heintje)의 노래 <두 개의 작은 별>을 번안해 부른 것으로, 1969년 해체한 후 솔로로 독립한 윤형주가 1972년 다시 노래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곡이다. 이들의 순수는 알퐁수 도데의 별보다 더 독하다. 아침 이슬 내릴 때까지 별을 세고 있으니 말이다. -정재찬-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
이것도 우연일까.
'별' 하면 떠오르는 시인으로 누구나 첫 손가락에 손꼽는 윤동주(1917~1945)가 바로 윤형주와 육촌지간인 것은? 그 역시 '저 별은 나의 별' 처럼 별 하나하나에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있었던 게다.(정재찬)
그리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만날 수 없으니 또 얼마나 고통인가.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늘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
어둠이 와야 어둠조차 가릴 수 없던
참 빛이 드러나리니,
별이 빛나는 그날 밤
나는 가장 위대한 우주의 서사시,
신의 시를 보았던 것이다.
=정재찬=
* 정재찬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과를 졸업,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문학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문학교육개론 1>(공저), <문학교육원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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