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해제된 기쁨도 잠시 보류~~

자가격리 해제된 기쁨도 잠시 보류~~

 

16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땡!!!!! 해제. 보건소에서 해제되었음을 축하한다고 문자 왔습니다.

 

왠지 기쁘고 좋은 날인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또 인사하러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 절대로 안되니 차라리 코로나 핑계 삼아 편안히 쉴 수 있으니 좋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 할머니들 모두 축하 전화와 문자가 오고 주일날 볼 수 있겠네 하면서 좋아라 했어요.  우리 교회는 50인 미만 소교회여서 주일 낮에만 예배드리고 오후 예배와 수요일, 금요일 등은 아직 못드립니다.  저녁에는 우리 동네에서 최고로 맛있다는 맛집 치킨에 쟁반 막국수, 온족발.... 푸짐하게 한 상 잘 차려 먹었습니다.

 

 

 

육전 냉면 / 제일 땡길 것 같아요/얼마전 교동냉면 집에서 찰칵^^

 

 

그 많은 하루 24시간이 정말 자유로운 시간이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은,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니라 방화문 속에 갇힌 감옥 안에서 내 맘대로 다 써도 되는 시간 24시간 * 14일 =336시간 중에 멍 때리며 암 것도 안 하는 시간이 반이고 시차적응이 안되어 비몽사몽이 반이고 엄마가 억지로 들여 밀어주는 음식물 처리하고 소화 안되어 싸고(^^)

그래서 모두들 감옥 가기 싫어 罪 짓고도 아니라고 아니라고 온갖 가짜 증명서들을 저리도 만들어대는구나!!!

 

 

 

방 주인이 바뀌어서 헷갈려하는 우리 집 지킴이 쑤니는 낯선 침입자가 궁금해서 비 오는 날 아침인데도 처마 밑에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문이 열리기만을 전전긍긍 지키고 있습니다.  나오기만 해 봐라 떡대 좋은 목소리의 침입자를 기어이 내가 잡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우리 집 아가씨 쑤니 양은 아마 오빠의 실제 모습을 만나면 뿅!!!! 하고 단박에 배를 벌러덩 드러내고 애교 부릴 게 뻔해요. 내기해도 됨.

 

 

2020년 9월 18일 현재

 

 

드디어 해제된 이 기쁨도 잠시 뒤로 미뤄둘게요~~~

참 감사합니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지금도 코로나 19 때문에 고통받고 슬픔에 잠겨있을 분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계시고 전 세계가 우울한 요즘이기에 나 홀로 기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확진을 받았거나 증상이 있어 재검받거나 했으면 온 가족이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어요.

 

격리 방에서 해제되던 날! 완전 쓰레기 창고가 따로 없음.  온 테이블에 종류 별로 널려 있고 간식과 간이 식품들이 모두 즐비하게 널브러져 있는데 평소에 깔끔한 사람도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 넋 놓고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 같습니다.

 

쓰레기봉투 주황색으로 가정용과는 별도의 종량제 봉투 20리터 꽉 채워 2 보따리.

일회용 접시, 그릇, 수저 등등 모두 분리 한 보따리.

덮었던 이불, 베개, 옷 등 빨랫감 3 보따리 - 일복 터졌어요!!

독일에서 갖고 온  캐리어 공개하니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버릴 옷이 태반이고 얼마나 안 사 입고 살았는지 3년 전 옷이 그대로 가랑이 사이가 다 해어진 청바지가 3개나 나오고 목이 누렇게 변색되어 버린 하얀색 남방.... 왠지 눈물이 솟구쳐 오릅니다. 이렇게 절약하면서 아끼면서 공부만 했구나.....

 

보름 동안 같이 갇혀있던 옷가지들 몽땅 분류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세탁소로 가기 전에 철저하게 방역 햇빛 소독하고 세탁소로 보내야 하고...

버리고 또 버리고.....

 

ps/뜬금없이 궁금해지는 한 가지? 독일에서 다시 복귀하라고 연락이 오면 거기 가서 또 코로나 19 검사받아야 하는거지욧?  거기 있을 때 2번 받았고 지금 귀국에서 2번 받았는데 저같이 한 번도 안 받은 사람도 많은데 이것도 뭔 福일까요?

 

 ps/ 스웨덴은 무조건 자가격리한다는데, 독일은 자가 격리없이 무조건 프리패스라고 합니다.

 

 

이제 정신차려 공부도 하고 인터넷도 하면서 마음편히 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