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53호 진돗개 키우기
우울감 극복하기-
어떤 일에는 항상 어떤 계기가 있습니다.
지난 해 여름, 바이올렛 보라색 꽃 화분 하나를 선물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얼마나 꽃이 오래토록 피어 기쁨을 주는지 새삼 꽃과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어릴 적부터 동물이 싫었드랬습니다. 털 날리는 것도 싫고, 똥 오줌 치우는 것도 싫고 특히나 실내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학교때 하교할 적에 아저씨들이 자전거 뒤에 박스를 올려놓고 짹짹짹 노란 삐약이들을 보여주면서 유혹할 때도 무조건 기겁을 했다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이 어릴 때 어린 진돗개를 분양받아 18년을 가족처럼 키우다가 늙고 병들어 죽는 모습을 몇 달 이상 지켜보면서 안락사를 시키자고 하는데도 차마 그건 못하겠어서 계속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은 일어설 힘도 없고 누운 채로 내리 사흘을 굶더니 슬픈 눈을 차마 다 감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정말 다시는 동물에게 마음 줄 일 없다 하고 절대 네버네버를 외쳤는데, 1년 전에 식구들이 저한테 비밀로 하고 의논도 없이(반대할 것이 뻔하므로) 진도에 연락하여 분양받아 바구니에 담긴 개 한마리를 배송받았습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도개증명서 - 대박 -
[진도군 진도개 보호육성에 관한 조례] 제 13조 제2항에 따라 진도개 혈통일원화시스템에 등록되었으므로
진도개증명서를 발급합니다.
부견 이름은 {호걸}이요, 모견 이름은 {동지} 라고 진도군수님의 인장이 찍힌 증명서가 같이 왔어라~~~
그런데 호걸영웅의 딸래미를 {쑤니}라 명명했어요. 먼저 이별한 암컷 할매는 {을순이}였어라 ㅋ
누가 진도개가 착하고 영리하고 별로 손이 안간다고 했는가.
출근하기 전에 나는 미치겠다 소리를 적어도 열 댓번은 하고, 가방들고 나가면 출근하는 줄 알고 한쪽 마당에서 빤히 쳐다만 보는 녀석을 뒤로 하고 나는 탈출합니다.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압니다. 그래도 이놈아 니밥은 주구장창 내가 사다 나르고 아침저녁 밥 주고 똥 치고는 다~~~~~~~~ 내 몫이다이.
퇴직하면 늦잠도 실컷 자보고 꽃이나 가꾸고 나무나 키우면서 느긋한 노후를 즐길 줄 알았는데 이건 뭐 더 바쁘고 더 부지런해야 하겠네요. 늙을 새가 없겠어요. 우울할 겨를이 없이 바쁘게 살기로 했습니다.
나이 걱정
나는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고 또 앞으로 사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 나이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 김재용의《오드리 헵번이 하는 말》중에서 -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한 꿈은 이루지 못한 대로 나름의 가치를 획득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삶도 사랑도 예술도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쪽에 확신이 선다. 완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고독하나 아름답다. 꿈꾸는 자의 삶은 어떻게든 꿈의 방향으로 선택되며 나아갈 것이기에.
- 유선경의《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중에서 -
도종환/ 축복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이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팽겨치고 어둔 굴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같은 바위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과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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