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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책속의 한줄

서지월의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by Happy Plus-ing 202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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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의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강으로 나와 흐르는 물살 바라보든가,
아니면​

모여있는 수많은 돌멩이들
제각기의 모습처럼

​놓인 대로 근심 걱정 없이
물소리에 귀 씻고 살면 되는 것을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강 건너 언젠가는 만나도 될 ​
사람 그리워 하며 거닐다가
주저앉아 풀꽃으로 피어나면 되는 것을​
말은 못해도 몸짓으로 흔들리면 되는 것을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혼자이면 어떤가​
떠나는 물살 앞에 불어오는
바람이 있는 것을

​모습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그 모두가 우리의 분신인 것을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하늘 아래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목숨인 것을

 

너무 잘 포착? 찍는데 날아왔어요

 

 

어렸을 적에 막연히 수녀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동네 한 가운데에 아주 큰 교구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단아한 베일을 드리운 수녀님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적이면서 고독한 품위가 배어 나오고 당당하면서도 슬퍼 보였던 선한 눈매... 어쩌다 스쳐 지나가는 수녀님의 맑고 투명한 눈빛을 대할 때면 괜히 주눅이 들어 이내 눈을 못 맞추고 내리 깔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중생?이, 수녀님이 되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나중에사 알게 되기까지는 수녀가 되는 길이 곧 미래요 환상 그 자체였었습니다. 끊임없이 끓어 넘칠 자신과의 고독한 내면의 반란들을 어찌 다스리려고 육신의 정욕과 피를 말리는 정진의 도(道)를 그 어찌 넘어가려고 하얀 낯빛으로 벽면하고 순결한 영혼과 육체를 하나로 묶어 고스란히 절대자 앞에 뉘어놓고 낮아지고 또 낮아져서 물과 같이 형체를 알 수 없을 그들의 삶의 모습은 존경스러움을 넘어 경이로운 천상의 영물인 듯했습니다. 비구니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삶이 너무 버겁고 지쳐 자포자기하여 스스로 머리 깎고 은둔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정말로 그러하다면.........

이기(利己)가 난무하는 세상사, 이리 찢기고 저리 밀리며 상처받지 않아도 되고, 더럽혀 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아도 되고 고요히 엎디어 도(道)를 구하고 세상을 관망하면서 자애로움으로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살림하는 아줌마가 되어 성당에 드나들며 메주를 사고 콩을 사러 가서 만나는 수녀님들은 결코 내 어릴 적 환상 속의 선녀 같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배우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서의 말씀이,  거룩하고 품격높아 보였던 수녀님들에게도 어김없이 적용이 되어 그분들의 삶의 현장은 더욱 분주한 모습이셨습니다.  그렇더군요. 세상에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평탄하고 고귀한 삶은 없었습니다. 수고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귀하지가 않으며 내게 만족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이 진리인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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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서석행) 시인

출생 음력 1955년 5월 5일, 대구광역시 달성수상2002년 장백산문학상
1986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1986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경력 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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