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운 보람있구나
빗소리 바람소리에 놀라 엉겁결에 일어나 앉아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러고보니 비몽사몽 꿈인지 생시인지 땀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몇 시간을 죽은 듯이 헤메고 다닌 지난 밤이었다.
창문이 덜컹거릴만큼의 바람에 봄이 무색할만하고 내일은 전국이 비오고 바람불겠다더니 용케도 알아맞추는 사람들이 신기하군.
불도 켜지않고 마당에 나가보았다.
이제 막 비 오기 시작한 듯 젖은 곳이 있고 마냥 뽀송뽀송한 땅이 있다.
더운 꿈에 쫓겨다녀서인지 시원해서 그냥 비를 맞고 서 있다가 황사비라는데 하면서
꽃나무를 낑낑대며 비를 덜 맞는 곳으로 끌어다놓고 마당에 날아갈 것 없는지 꼭꼭 여며놓고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 한창 재롱부리던 장미꽃나무며 매화나무들을 한바퀴 둘러보고 들어왔다.
참, 어젯밤에 텔레비젼 보다가 그대로 엎어져 잤었는데..
가스를 보니 제대로 잠겨있고 아까 현관문도 아래 위 꼭꼭 잠겨져 있었고 어디 한구석 내가 넋놓고 있었어도
빈틈이 없이 잘 챙겨져 있었다.
이런...
내가 꽃나무 걱정할 때가 아닌 것이다.
내가 없어도 우리집이 이렇게 재깍재깍 돌아갈 수 있을만큼 내 아이들이 훌쩍 자라있는 것이다.
하루종일 일에 지쳐 모로 쓰러져 잠든 엄마에게 이불 깔아놓고 엄마 머리 들어 베개 밀어넣어주고 이불 덮어주고
학교갈 가방까지 챙겨 머리맡에 두고 자는 이제 열 두살짜리 아들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큰 지지바는 단합대회 야영을 떠나고 남편은 세미난지에 참석 중이고 아들래미와 둘 달랑 남아 있는 집에서
오랜만에 긴장이 풀어져서일까.
그렇게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엄마를 챙기며 문단속 까스단속 해놓고 자신의 잠자리에 들었을 의젓한 아들....
그래
신새벽에 일어나 이런 것이 인생이다 라고 또 한 페이지 공부하게 해 주는 아들에게 흔들어 깨워 고맙다 뽀뽀해주고픈 새벽이다.
풋,
이제 맘놓고 할매가 되어도 되겠구나. 이런 행복도 있구나.
20020321 AM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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