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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파마할매

by Happy Plus-ing 200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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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할매

파마했어요. 영낙없는 할매되었어요. 뽀글뽀글 파마할매요. 몬살어.
[아줌마, 저 너무 뽀글뽀글한 파마 싫어하거든요?] [예. 알았어요]
[이집에서 제일 굵은 롤로 말아주세요. 요. 요. 요]
그래도 미심쩍어 곁눈으로 파마기구들을 힐끔거리는데 아무래도 불안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수요기도회에 갔더니 여청년들이 까르르 까르르 *^^* 넘어가네요.
바야흐로 봄이잖아요. 우중충한 마음 걷어내기도 하고 또 다음 주에 있을 먼 길 나들이 갈 일도 있고 해서 파마를 하기로 했거든요. 원래 금방 파마하고 물기가 덜 걷히면 안이뿌잖아요. 파마하고 며칠 지나면서 서서히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나는 것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영 심상찮아서 속상해요.
정해놓고 다니는 단골 미용실이 없어요. 남들처럼 손질을 자주 안해도 이뿐 타고난 머릿결이어서가 아니고 짧은 커트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늘 질끈 묶는 스타일이다 보니  자주 손질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인 머리[?]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뭐 대충 비싸지 않고 그런대로 마음편한 집에 가곤 했어요.  늘상 보는 모습이라도 어느날 거울앞에서 갑자기 초라해보이고  지저분해보이는 날 그럴 때 한번 씩 약간만 커트하고 굵은 파마를 해서 집에 와 보면 파마를 한 건지 안 한건지 그저 그랬거든요.

5년전에 이 동네에 첨 이사왔을 때 바로 대문앞에 미용실이 있었어요.  인사도 할 겸 예의상 이사 온 그 다음날 파마를 했었어요.  별 의심없이... 그런데 파마를 하고 집에 와서까지는 잘 몰랐는데 그 이튿날 교회를 갔더니 여청년들이 까르르 넘어가면서 [사모님, 파마 어디서 하셨어요?]  하며 의미심장하게 물어요. [응, 보기 싫나? 앞 집에서 안했나..]
그날 이후 오년만에 오늘 그 집을 또 간 거였어요. 안가면 되지 또 왜 갔냐구요?  대문만 열면 유리창문으로 눈이 마주치는데 사흘이 멀다하고 파마하고 고대하는 여자가 아니어도 그 미용실 아줌마 맨날 인사하면서도 눈은 언제나 내 머리에 가 있는듯 참으로 불편하더라구요. 왜 신발장사는 사람들 보면 맨날 신발만 쳐다보고 옷장사는 맨날 그 사람 옷만 본다잖아요. 미용실 아줌마도 역시 마찬가지아니겠어요? 차암,, 德이 안된다... 싶으면서도 워낙 맨 처음에 머리를 엉망으로 해 놓은 터라.
[에궁... 아줌마 쪼매만 솜씨 있으면 내 거기 가지...]
그러다 요즘 이것도 나이라꼬.. 에~라. 잘 나지도 못한 얼굴.. 파마로 배리봐야 월매나 더 배리겠노 싶기도 하고. 이웃지간에 할 짓이 아니다 싶대요.
그래 했지요 뭐.
오늘 아침에 빗질을 하는데 1cm짜리 부스러지는 머리카락이 수북해요.
끝이 바싹바싹 부서지면서 끊겨져 나와요. 영양로션에 트리트먼트까지 하는데도  [좀 잘하는 집에 가서 예쁘게 컷트 좀 해야겠어요]했더니
울 신랑..
[대충 살어...] 속상해요.
가뜩이나 울 신랑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데 거기다 더 할매를 만들어놨으니.
에구 앞집 아줌마 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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