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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컴퓨터 초보에서 탈출하기

by Happy Plus-ing 200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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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초보에서 탈출하기


남자는 군대를 갔다오면 못하는게 없고 겁나는게 없다면서
여자는 신랑 자알^^ 만나면 못하는게 없고 겁나는게 없어진단다.
나의 고달픈 컴퓨터 인생기를 회고해보면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스타일의 남편 덕에 오늘의 내가 있다.
컴을 끌어안고 산지 딱 10년이 되었는데. 그전에야 타자기 그리고 워드피아...등으로 타수야 자타가 공인하던 바였고
불끄고 자판보지 않고도 너끈히 오타없이 칠 수 있게 된 것도 다 남편 덕이다.
그동안 내 손을 거쳐간 컴을 따져보니 286, 386, 486, 586 팬티엄 원투쓰리포 이젠 30기가짜리를 거쳐 80기가짜리 컴앞에 지금 앉아 있다. 처음에 컴을 갖다놓고 부팅을 하면 시커먼 화면에 하나도 못알아 먹을 영어가 주루룩 뜨면서 곧이어 파란색 화면에 뭐라고뭐라고..거기서부터 질려서 아예 컴을 하겠다는 생각자체가 없었는데

어느 날인가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를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내가 컴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남편이 서둘러서 배우고 본인이 관심이 있었으면 지금까지도 나는 컴퓨터를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울 신랑은 글자가 복잡하거나 골치아프게 신경을 써야 되는 것을 잘 하지 않을려고 하는데 누군들 하기 좋아할까.

그 시절만 해도 대구에 청년들에게는 컴퓨터가 흔하지 않았던지 교회 청년들 가운데 대충이라도 컴을 만질 줄 아는 아이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주보며 간단한 인쇄물들 모두 마스터 내지는 인쇄소에서 생돈(우리가 봤을 때) 지불하는 것이 너무 아깝지 않느냐면서... 주보라고 해봤자.. 글씨 몇 개만 수정하면 되는 것을 굳이 인쇄소에 맡길 필요가
없지 않느냐면서... 그러니 머리 좋은 당신이(요럴 때만 인정) 배우는게 제일 빠르지 않겠느냐면서...

맨날 타자기만 두드리던 날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건지 참으로 애매하여 오며 가며 골칫덩어리를 힐끗거리며 쳐다만 볼 뿐, 도저히 도전할 용기가 나질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날 드디어 속 터진 남편이 고함을 꽥 지르면서 왜 해 볼 생각조차 않느냐고.. 본인이 하기 싫은 걸 왜 나한테 그러는지 대꾸조차 못하고 아직 애리애리한 새댁이어서리.
그리하여 그 날부터 나의 컴퓨터도전기가 시작되었는데 컴퓨터초보를 위한 교본 3권과 컴을 잘 하는 청년 두명의 전화번호를 확보하고서 그때부터 밤낮으로 전화로 물어물어가며 집에 오라하고 밥 해먹이고 일주일동안 잠도 안자고 밤샘 공부를 했다.
요즘같으면 그런 멍텅구리식이 아니고서도 얼마든지 터득할 수 있는 길이 많았을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게 배웠던지. 아니지... 검정색 바탕에 C://어쩌구 명령어를 쳐야 컴퓨터가 알아듣는 시대였거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일주일째 되던 날! 선그리기 여백 농도 조절하기 글자바꾸기 크기 조절하기 표만들기를 거쳐서
드디어 내 손으로 그럴 듯한 교회주보를 완성했다.
그때의 주보를 아직까지도 원형은 그대로 쓰고 있으니 첫 작품치고는 꽤 쓸만 했던 것 같다.
물론 큰 교회에서 인쇄소에 맡겨 컬러풀하게 오밀조밀한 작품은 아니어도....

나중에 이런 저런 지나간 세월을 남편이 청년회 아이들과 얘기하던 중에 우리집(나를 지칭)에는 안되면 되게하라.. 고 고함만 한 번 지르면 다음날 아침 말끔히 해결이 되어 있다고.. 그리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참 슬픈 유구무언이다

그런데 그렇게 나와 컴퓨터를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어버린 것을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란 사실이 웃기잖아. 내게서 컴이 없다는 거...상상할 수가 없지 않는가 말이다.
계속 도전하래매...

인터넷도 웹서핑하며 검색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가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든 태그란 놈을 만나면서부터 내 인생 이렇게 풀려버렸지 않는가 말이다. 문학카페에서 그 이름도 휘날리는 달빛소나타임 나란 사람 ㅋ~~~~
오늘도 컴 한 번 째려보고
마누라 한 번 째려보고...
자업자득아녀?

200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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