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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만남이 소중합니다(1)

by Happy Plus-ing 2006.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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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소중합니다(1)

 

독일 눈내리는 날 ....

 

 

작년 가을에 평범한 여고생 하나가 우연히 알게 된 채팅男을 만나러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시각에 맞춰서 상경할 마음이었기에 당연히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학교가는 척 평소와 똑같이 아침에 나왔겠지요. 가출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건 친구들의 말을 통해 입증이 되었구요. 잠시잠깐의 일탈을 자랑삼아 얘기했는지... 상대남자가 한 번 만나자고 졸랐겠지요.  아니면 그 반대이던가. 요즘 하도 원조교제니.. 뭐 그딴 것에 어린 여학생들이 겁도 없이 설쳐대니 누가 누구를 나무라겠습니까.  

 

문제는 그렇게 간 아이가 그 날로부터 지금까지 종무소식이랍니다. 친구 하나가 사라져도 학교는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고 제 코가 석자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벌써 잊혀져 가는 그런 상태입니다. 집을 나갔던 당일 저녁부터 휴대전화도 꺼져 있어 연결이 안되고 부모가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어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평소 마구 놀던(?) 아이가 아니기에 일이 난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당시 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이런 얘기를 전해 주면서 격한 감정을 드러내었습니다. 학교가 발칵 뒤집어질 예사롭지 않은 일대 사건이었기에 복도에서건 교실에서건 여기저기 그 얘기로 근심반, 호기심반... 술렁거렸답니다.

그 와중에 어느 미혼 여선생님 입에서 ".... 성폭행 당한 건 틀림없는 기정사실이고.." 하는 바람에 그 순간 반 아이들이 우우우우우~~~ 하며 그 선생님께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고 그 선생님은 얼굴이 벌겋게 되어 교무실로 가 버리셨대요.

우리 딸아이가 하는 말이 그 친구가 돌아오면.. 다시 돌아온다면 그땐 어찌 할려구... 만약에, 만에 하나 진짜로 그런 불행한 일을 겪었다면.. 그렇다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동갑내기 친구들로부터, 인생선배인 선생님들로부터 격리당해야 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하느냐구. 이런 경우.. 돌아온다면 보통 다들 전학을 간다는데, 그래야 한다던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그거야 차후에 생각해도 될 문제이지만 여러가지 추측을 억측을 상상을... 동원해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사라진 것은 확실하고 어디에서도 그 아이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으니까요. 한 순간의 호기심이 얼마나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졌는지 무섭더군요.  그 어머니는 아마도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듯 믿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전화가 걸려올 것 같아 운신하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어디서 살아있기만이라도 했으면 내 의지로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새로이 용기를 갖고 살 수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스승되기 어렵습니다.

속보이는 욕심인 줄 알지만 내 아이들도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면... 평생직장으로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어렸을 적 나의 꿈이 선생님이 되고 싶었기 때문인지 아직도 누가 선생님이라고 하면 막연히 참 부럽습니다. 친정쪽으로 교직에 몸담고 있는 현직 교사들도 여러분 계시고 교육청에서 퇴직한 어른도 계시지만, 솔직히 모두가 다 인품이 훌륭하시고 너그럽고 언행이 일치되는 분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배우나 적게 배우나 인간 됨됨이는, 타고난 성품은 어쩌지 못하니까요. 절.대.로...교사는 못하겠다고 하는 딸래미의 항변에 나름대로 일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을만큼 개인적으로 교사직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선생님이 되는 공부를 하실 때 본인의 기질에 맞게, 관심분야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여 전공하고 평생 그 분야, 자신의 영역에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실 각오로 선생님이 되었을 것입니다. 

내 아이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생님에게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받는 것도 좋겠지만, 인품이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사람답게 사는 법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는 그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나 목회자나 사회의 지도자층에 있어서 아랫사람을 가르치고 키우는 일에 종사하는 분들은 일반 평범한 우리들보다는 사고가 깨어있고 사명의식이 특별해야할 줄 압니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는 교사나 교계의  지도자들이 많은 사회는 병들고 썩기 마련입니다. 부모로서 바램은 교육계나 교계에 참 스승님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그들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삶의 지혜를, 혹이라도 잘못될 까 염려되어 일거수 일투족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있게 바라볼 줄 아는 참 스승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선생 노릇 못해먹겠다 하십니다

아이들에게서 야유를 받았다는 그 선생님을 콕 꼬집어이런 말을 꺼내놓는 것이 아닙니다. 

교권이 위태롭다고들 하십니다. 불량끼가 있는 문제학생이 아닐지라도 요즘 아이들의 입에서는 듣기 거북할 정도의 언어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고 거침없는데 말이 거칠수록 멋이 있어 보인다고 착각하는지 쌍스런 말, 욕이 섞인 대화를 듣고 있자면 귀를 씻고 싶을 정도인데요. 당연히 교실안의 험악한 분위기나 덩치들이 큰 고교 선생님들은 어지간한 담력과당찬 성품이 아니고선 감당키 어려우실 듯 합니다. 오죽하면 선생노릇 못해 먹겠다..장탄식이 나오겠습니까?  우리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던 담임선생님은 국립대학 사범대를 졸업하자마자 임용시험을 통과하고 단번에 딸래미 학교로 배정받아 언니라고 불러도 될 나이셨습니다.

연륜이 쌓인, 입시지옥을 몇 년 견뎌낸 노하우가 쌓인 선생님에게 맡겨졌을 때 보다 조금은 불안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옛날과 달리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배정을 받았으며 담임선생님 또한 학기초에 정해지는 대로 만나면 그 아이의 한 해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음이 솔직히 불안합니다.  그러나 실력만이, 경력만이 전부가 아님을 아니까 선생님이 선생되는 것도 엄마들이 엄마되는 것도 사명이 없이는 너무나 힘에 부치는 일이기에 사랑으로 극복하며 각자의 길을 묵묵히 가는 수밖에요.

 

200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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