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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만남이 소중합니다(2)

by Happy Plus-ing 2006.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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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소중합니다.(2)

 

 

 

 

하나 아들이 이제 중학교 졸업반입니다.

다음 주에 기말고사를 치르면 이제 상급학교로 진학을 해야지요.

 

그런데 제 딴엔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도 여엉 성적이 신통치가 않아 즈이 아버지도, 나도 도대체 이런 성적이 가당키나 하냐며 도통 이해가 안되는데 이놈을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고 요즘 아이들 잘못 건드리면 안된다길래 구슬려도 보고 눈을 부라려도 보고 별짓을 다해 보다가 얼마전부터는 포기를 하고 그래 어쨋든 인문계열에만 들어가다오 하고서 간혹 머리가 늦트이는 아이들도 있다기에 이번 겨울부터 강제로 모가지를 틀어서라도 공부를 좀 시켜볼까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실업계쪽으로는 취미나 관심이 가는데가 없다하고 제 말대로 체대를 간다하더라도 기본 학습은 되어 있어야잖아요. 딸아이를 키우거나 아들래미를 키우거나 힘들고 신경쓰이는 부분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아들키우기도 만만찮은 것 같아 한번 끄적여 봅니다. 아무리 착하고 선한 아이라도 한번 욱!!! 하는 성격이 올라오면 걷잡을 수가 없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잖아요.

 

우리 아이는 키가 커서 2학년 때부터 늘 맨 뒷자리에 앉고 일년 열 두달 눈 비 오는 날 말고는 운동장에서 사는 아이니 얼굴도 새까맣고 눈도 별명이  [이준기]라 불릴 정도로 날카롭게 생겼으니 결코 평범하고 순한 인상착의는 아니에요.   그런데다 선생님들이 그리 선호하지 않는 성적의 소유자다 보니 학교에서 왠만큼 체벌을 받거나 꾸지람을 들었다 해도 본인이나 부모나 꿈쩍도 못하고 깨깽 소리도 못내는 형편이에요. 그럼에도 지난 2학년때는 중년의 곱상한 여선생님께서 어찌나 아들에게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사랑을 듬뿍 주시는지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여서 한 번은 찾아가 뵈었더니 성적이 조금 처져서 그렇지 아이는 나무랄데 없이 신사 중에 신사라 칭찬하시면서 반듯하게 잘 키우셨다고 해서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요.

 

그런데 올해 초엔 뭔가가 자꾸 삐거덕거리고 급기야 학교에 가기 싫다는 소리가 한두번씩 나오는데 원래 학기초에 잘 적응이 안되어 그렇겠거니 하고서 별 대수롭잖게 넘겼고 아이도 원래 과묵하고 점잖은 성격이라 별로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럭저럭 잘 넘어가나부다 하고 안심했는데 여름방학 하기 얼마 전 어느 날 자기 방으로 엄마를 부르더니 내 손을 자신의 머리 정수리 부분에다 갖다 대는데 까무라칠뻔 했었잖아요.

숨골 부근이 애기들 손바닥만하게 부풀어올라 단단한데 머리칼을 헤치고 들여다봤더니 불그레한 것이 분명히 몽둥이로 내려친 흔적이었어요. 아니나다를까 정말 그렇게 맞았다더군요. 아찔했지만 침착하게 자초지종을 물었지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2학년 때 1학년 후배가 화장실 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못 피우게 한 마디 했다가 시비가 붙어서 한 번 싸운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 우리 아들이 흔히 말하는 일진은 아니어도 초등학교때부터 함께 진학한 동기들 중에 주먹 쎈 일진이 여러명이 있다네요. 그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거들어주고 하는 과정 중에 별 처벌없이 후배가 선배들에게 사과하는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아마도 그일이 결정적으로 3학년에 새로 만난 (타 학교에서 전근오신)선생님께 눈 밖에 나는 사건이 아니었을까...하고서 아들이 그 얘길해요. 왜 그런 친구들하고 가까이 지내느냐고 했더니 어릴 적부터 친구인데 그럼 걔들이 일진이라고 절교해야 하냐며 워낙 대쪽같은 아이니까 그런 쪽으로 휩쓸려 함께 다니자 한 적도 그렇다고 함께 다닐 의향도 없고 그냥 교내에서 마주치면 웃고 장난치는 수준이라는데 믿어야지요.

 

그때 당시 있었던 얘기를 한번 들은 적이 있고 온식구가 함께 듣고그래도 그러지 말아라 하고 주의를 준 적이 있었기에 그 다음의 얘기를 기다렸지요. 개학을 하고 며칠 되지 않아 급식을 하기 위해 학교식당에 가서 식판을 받아 3층 교실로 올라오는 일을 정하시면서 어느 여학생에게그 일을 시키시더래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서 '선생님.. 식판은 여자애들이 들기엔 너무 무거운데요' 했더니 쓰윽 한번 보시더니 '그럼 네가 해라' 하시더래요. 그래서 식판을 나르는 일을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 했다네요. 등신같이 융통성도 없어가지고서리...^^ 하기사 할 만 하면 해야지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틈만 나면 복도에서 지나칠때나 교실에서 마주치면 입김을 불어보라고 하고(담배냄새) 입김을 불어도 담배 냄새가 안나니까 그럼 그냥 가시면 될텐데 '요샌 개나소나 다 담배피운다'고 하시니까 울 아들이'저는 개나 소가 아니거든요.' 또 이랬다지 뭐에요. 그래서 또 두들겨 맞았대요. 그런데 머리 정수리를 내려친 사건은 어떻게 된거냐 하면요. 그 전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학교 축구팀 주장입니다) 넘어져서 손목 부분 찰과상이 심해서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고붕대로 감아서 학교에 보냈는데 선생님이 다짜고짜로 '야 이 새끼야.. 손목에 뭔 짓을 한거야?' 하시면서 늘....들고 다니는 몽둥이로 상처부위를 내리쳐서 그렇게 되었대요. 너무나 쓰리고 아파서.. 눈앞이 노랗더라면서. 손목에 한 나쁜 짓이란게 도대체 무슨 짓을 말하는 거에요?

아니라고, 어제 축구하다 다쳤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이 새끼가 어디서 대꾸질이냐고 하면서 학주선생님이랑 몇 분이 보는데서 머리를 몇 대 내려치자 동료 선생님들이 왜 이러시냐고 말리고 난리가 났대요.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에 너무 억울했던지 속상했던지 그래서 감히 아빠에게는 말씀 못드리고 내게 말하는데 그날 밤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혹시...내가 모르는 우리 아들의 또 다른 부분이 있어서 선생님이 미워하시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없다면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전근가신 2학년 때의 담임에게 전화를 해서 상담을 하였습니다. 혹시 우리 아들에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까싶기도 하고 학교에 다른 선생님께 그 상황을 대신 물어봐 달라기도하고 그런데 답신이 오기를...

 

그 선생님은 올해로 정년퇴직.. 이번이 마지막 담임이고 다른 선생님들보다 성격이 좀 괴팍하시고 뭐.... 교무실안에 선생님들의 평균 연령대가 30대 초중반이니 아버지뻘 되는 이에게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고... 어쩌고.. 그러니 별 수 없잖습니까 아이보고 어쨋든 올 한해 선생님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그 소리에 아들에게 뼈아픈 소리를 내뱉고 말았어요. '다 네가 공부를 못한 탓이다, 어느 정도만 해줬어도 선생님한테 내가 왜 그러셨냐고 한번 물어나 볼텐데... 한심한 놈...'여름방학 지나고 중간고사때 시험감독관으로 자청하여 갔지요.

그 수많은 애리애리하고 젊은 선생님들속에 유독 울퉁불퉁한 몽둥이 하나를 들고 뒷짐지고 서 있는 희끗희끗한 선생님의 엄청난 배둘레햄 언저리를 보면서 용기가 안났지만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면서 아무개 엄마라 했더니 흠칫 놀라시는 그 표정... 카메라로 잡았어야 했는데. 공부는 좀 딸리지만 저는 우리 아들 믿습니다. 공부 말고도 잘하는게 아주 많거든요.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가르치겠습니다. 라는 말씀만 드렸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선생님이 아들에게 더이상 뭐라 하시지 않고잘 대해 주신다는데 그럼 되었지요 뭐. 공부 못한다고 인간취급 못받았으니 분발하여 양약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인문계열로 지원서를 쓰게 된 것이 그 은혜인줄은 모르겠지만서도.^^

200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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