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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오늘보다 나은 내일

수능 D-Day 365 일!!

by Happy Plus-ing 201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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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Day 365 일!!


이래서 떠나나보다 이 땅에서 살 수가, 살아낼 수가 없다고..
아이를 잡지 잡아! 방학도 없이 강행군이 시작되었는데 고 3 대비 훈련이란다. 성탄절 전 월요일에 학교에서 예비 고 3 엄마들의 모임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올해 정년퇴임을 앞둔 분이신데 비교적 느긋하게 말씀하시고 교감선생님은 당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바뀌어진 7차 교육과정에 대해 꼼꼼히 짚어주시면서 결과론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것 없고 학교교육만 착실히 받으면 된다고..하셨는데 뒤이어 등단하신 고 3부장(호랑이) 선생님! 아따 그 양반..모처럼 화장발 앞세우고 복카시 팍팍 넣고 간 엄마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가서는 탁 밀어버리는 형국이었다.

시내에서 수준이 낙후된(공립학교) 학교를(시설 그리고 시내 평균점수) 어떻게 하면 다른 고교와 비슷하게라도 끌어올리는가에 촛점을 두고 대구의 8학군이고 서울의 8학군이고를 마다않고 사방팔방 정보수집하러 다니시는 열성파 선생님이셨는데 그 분의 말씀만 들었을 때는 깜깜하다 못해 숫제 멍텅구리가 되는 것 같았다.

고 3 때는 엄마아빠의 정보수집 능력에 따라 아이의 학교, 장래가 달라진다니 부장님 曰.

- 여기 모인 엄마들 중에 딸래미 데리고 서울이든 어디든 갈려고 하는 대학교에 가 본적 있는 사람 손 들어보슈( 잠잠 ....)

- 여기에서 90만원짜리 과외 보내는 사람 손 들어보슈 ( 찬물 한바가지 ...)

- 여기에서 (******** 뭐라 하더라 잊어부림 ) 그거 가르쳐본 사람 손 들어보슈 ( 뭔 소리고 ????)

- 인터넷으로 그 대학교 홈피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한다? 웃기지마세요.



대학 문도 두드리는 자에게 정보를 주나니.. 누가 누워서 떡 먹는다는데 그저 줄까...
한 마디로 꿈 깨라고 기를 있는 대로 죽여놓는 선생님..
바로 앞에 과자부스러기 귤 한개를 까서 입에 넣는 엄마아빠 한 명도 없다. 아빠들도 제법 왔네.. 불경기라서 그런가?

나는 고3 엄마이다. 그 한마디로 모든게 대변이 되는 우리나라 현실이 재밌다.
이제 모든 걸 뒷전으로 미뤄놔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참.. 고 2 부장선생님의 말씀을 빠뜨렸네. 방학동안에 '심자'(심야자습--반 11시 40분까지 자습) 할 사람 신청서를 나누어줄 때에 아마 두 클라스 정도 신청하겠지.. 했었는데 의외로 200명 가까이나 신청을 했단다.

그럼 도대체 교실을 몇 칸이나 개방해야 하는지.. 교실을 맡아 줄 담당 선생님은 과연 몇 분이나 자원해주실지, 무조건 봉사해달라고 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난감하다며 하시는 말씀이
'우와 !! 올해 예비 고3들은 정신 바짝 차려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대견했다가
'아~~ 이놈들이 학교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구나..!' 싶은 것이 마음이 짜안하고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더라고.. '


이 말씀이 얼마나 내 마음에 아프게 다가오는지.. 틀림없이 맞는 말씀이거든. 어쩔 수 없이 공교육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게 서민생활의 현실이니까. 학교에서라도 거두어주니 그나마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너무 인원이 많아서 밤 11시 40분에 학교 정문에 승용차를 댈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다시 신청서를 받겠다니.

오.. 통제라.. 드디어 나도 운전연수에 돌입해야만 하는 엄청난 숙제 앞에 직면한 것이다. 아침 등교는 올 한해도 즈이 아빠가 해 주었지만 밤에 데리고 오는 것 까지는 무리일 듯 싶다. 그렇다면 밤 눈 어두운 내가 ...? 눈에 좋은 토 * 콤 이라도 사먹어야 할 일 아닌가. 어쨋든 비싼 과외는 못 시켜도 방학 때 영수 두 과목은 학원에 보내고 싶고 당장 일 년후에 어느 대학이든 최소한 입학금 정도는 아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해 줘야지 싶은데.. 내가 좀 배운게 많아 뭐라도 전문직을 가질 수 있었다면 이런 골치아픈 고민은 하지 않을텐데.

요즘 같으면 진짜.. 무슨 일이든 직업을 가진 여자였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설치겠다.
하다 못해 주방아줌마 일도 프로근성으로 몸 딱붙여 일할 사람을 찾는데 어설프게 왔다 갔다할 거면 아예 시작을 말라시던 식당 사장님의 말씀도 귀에 뱅뱅 도네. 내가 무슨 수로 몸 딱붙여그 일을 할 수 있겠노. 할 일은 많고 세상은 넓다더마는 내겐 그 문턱이 한참 높다.
이런 나를 두고 딱 세 글자로 표현하는 말 있잖아. 반.거.치 ....
언젠가 딸래미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해 설파하다가 - 엄마를 봐라.. 어거지를 쓰더라고 공부해야 할 때에 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지금 이렇게 힘들게 살겠나...했다가 신랑한테 눈총받았다 만서도. 내가 공부를 못 해 가지고 느그 아빠겉은 사람한테 시집 와가 이래 지지리 고생안하나.. 그런 뜻으로 들렸는갑데.

해가 바뀌어 새로운 다짐을 하거나 마음을 다잡을 어떤 계기를 마련할 때 서랍정리를 한다. 아니면 평소에 들고 다니던 가방을 거꾸로 들고 방바닥에 죄다 쏟아 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다시 제자리에 차곡차곡 넣다보면 사실 버려지는 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사실은 나와 연관되어 있는 이 연결고리들은 그 자체로서 내 삶의 일부이기에 새삼 버리고 말고 한다는 것이 의미없다. 고3 엄마되는 연습으로 일단은 버릴 건 버리고 다시 하나씩 주워 챙기며 그렇게 올 한 해를 걸어갈련다.

2004년 마지막 날에 내가 웃고 있을지 울고 있을지... 갈 길이 멀다.
D-Day 365 일!!

2004 신년벽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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