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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하루/책속의 한줄

정호승, 사랑이란

by Happy Plus-ing 2020.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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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게 아니라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윽해지는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살짝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야
사랑도 그와 같은거야

사랑도 오래되면
평생을 같이하는 친구처럼

어떤 우정 같은게 생기는거야

- 정호승 시인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수선화에게/외로우니까 사람이다 中...

 

 



얼어붙은 남한강 한가운데에
나룻배 한 척 떠 있습니다.
첫얼음이 얼기 전에 어디론가
멀리 가고파서
제딴에는 먼바다를 생각하다가
그만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룻배를 사모하는
남한강 갈대들이

하룻밤 사이에 겨울을 불러들여
아무데도 못 가게 붙들어둔 줄을
나룻배는 저 혼자만 모르고 있습니다.

남한강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랑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 정호승만큼 독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시인은 드물다.
정호승의 시는 대중성이 우세하다.
어쩌면, 대중성이 문학성을
압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 시집의 딜레마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호승의 시는 대중가요처럼

직접적으로 독자를 자극하지만,
그렇다고 값싼 얄팍한 정서로
독자를 유혹하는 것은 아니다.

1950년 경남 하동출신으로
2006년 한국카톨릭문학상,
2009년 지리산문학상,
2011년 공초문학상등
수상하였으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깨끗하고 고귀한 서정적인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듯 섬세한
느낌으로 인간의 외로움을
사랑을 잘 표현한 시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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