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제2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황인숙 시인의 시집 ‘자명한 산책’(문학과지성)에 수록된 시 ‘강’ 전문 (전략)
이 시는 잡지의 편집자 레터에 자주 인용되기도 하고, 숱한 네티즌들의 블로그와 카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인생이 나한테만 관대할 거라는 환상을 버려라’라는 말과 함께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사람 관계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이라는 글과 함께 시를 풀어놓기도 한다. 모든 이의 삶은 힘들다는 것을 강렬하고도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가 독자들에겐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이 독립적 인간들간 의 관계이든,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만나는 젊은 세대의 ‘쿨’한 정서이든. 이에 대해 정작 황씨는 “좀 몰인정한 시지요. 엄살이 혐오스럽다는 이야기예요. 물론 그 사람에겐 엄살이 아니겠지만,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하소연하는 것 자체가 엄살이지요”라며 “결국 나도 살기 힘들다는 뜻이에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힘듦때문에 시를 쓴다”라며 “결핍감, 일상의 고난함, 어려움, 그 속의 절실함이 없으면 시를 쓰지 못하겠지요”라고 말한다.(후략)
'04.12.17 문화일보 기사중에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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