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시1 여름에 본 것들을 위하여/이어령 여름에 본 것들을 위하여 /이어령 한여름에 그리고 흰 영사막처럼 모든 풍경이 정지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웃통을 벗고 모래밭 길로 뛰어 달아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창 끝 같은 예리한 햇빛이 검은 피부에 와 찍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하늘로 뻗쳐 올라가다가 그냥 사라져 버린 하얀 자갈길을 본 적이 있는가? 매미 소리에 취해 버린 나무 이파리들이 주정을 하듯 진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보았는가? 여름 바다를. 시의 첫 구절과도 같고, 터져 버린 기구와도 같고, 녹슨 철책을 기어올라가는 푸른 담장이 덩굴과도 같고, 원주민끼리의 잔치와도 같은 그 여름 바다를. 번쩍거리며 풀섶으로 숨어 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공룡의 새끼를 닮은 도마뱀의 꼬리였던가? 옛날 아주 옛날에 창공을 향해 쏘았던 잃어버린 .. 2011. 5. 3. 이전 1 다음